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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스토브 리그의 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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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스토브 리그의 희비

입력
2012.11.2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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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스토브 리그의 계절이다. 스토브 리그는 시즌이 끝난 겨울철에 야구 팬들이 난로(stove) 주위에 둘러앉아 선수의 이동, 기타의 소식을 이야기하며 흥분하는 팬들이 마치 실제의 경기를 보는 것 같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요즘에는 프로야구 시즌이 끝난 겨울철에 각 구단이 팀 전력 강화를 위해 선수 보강과 이동을 둘러싸고 활발한 움직임을 갖는 스카우트전 및 팀과 선수들의 연봉 협상을 의미한다.

올해 역대 최다인 715만 여명이 그라운드를 찾은 프로야구는 인기만큼이나 많은 화제를 낳았다. 스토브 리그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연봉 협상 테이블이다. 올 시즌 133경기를 치르면서 거둔 선수들의 성적을 토대로 연봉 협상을 벌이게 되는데 구단과 선수들간의 자존심을 건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올 시즌 호성적을 거둔 선수들은 갑(甲)의 입장에서 테이블에 앉을 수 있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에 그친 선수들은 구단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최근에는 주먹구구로 진행됐던 프로야구 초창기 때의 연봉 협상과 달리 각 구단은 데이터로 산출한 고과 평가를 근거로 다음 시즌 연봉을 선수들에게 제시한다. 한 구단의 연봉 고과 산출 기준을 보면 ▦구단 고과(50%) ▦정규시즌 성적(20%) ▦타석 수 투구 이닝(10%) ▦1군 등록일수(10%) ▦코치 고과(10%) 등의 항목으로 구성된다. 구단 고과는 단순 성적보다는 공식 기록에 집계되지 않은 상세한 내용들이 포함돼 있어 연봉 산정의 가감 요인으로 작용한다. 코치 고과는 개개인의 훈련 자세와 태도 등을 수치화 한 것이다.

구단들이 과학적인 데이터를 제시하면서 협상에 임하는 선수들의 자세도 바뀌었다. 예전에는 아무런 준비 없이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최근엔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는 등 꼼꼼하게 반박 자료를 준비한다. 협상에 임하는 태도도 각양각색이다. 특정 선수보다는 '1원'이라도 더 받겠다는 비교형이 있는가 하면 구단의 선처를 호소하며 백지 위임을 하는 선수도 있다.

프로의 세계는 성적만큼 보상이 따르기 마련이다. 강자 만이 살아남는 정글의 법칙처럼 호성적을 거둬야 1군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다음 시즌에도 출장이 보장된다. 30년이 지난 프로야구도 세월만큼이나 풍토가 많이 바뀌었다. 관리형에서 자율형으로 트렌드가 넘어왔다. 예전과 달리 대부분의 구단들이 12월에는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지만 그만큼 책임을 묻는다. 1월 중순께 시작되는 합동 훈련 때 체력테스트에서 낙오하면 책임을 묻기 때문에 스스로 알아서 체력 보강 등 자율훈련을 할 수 밖에 없다.

당근과 채찍만큼 프로 세계의 현실을 단적으로 대변해 줄 수 있는 단어는 없을 것 같다. 연봉 협상에서 역대 최고의 대박을 터트린 선수는 류현진(한화)과 이택근(넥센)이다. 2006년 18승6패를 기록했던 류현진은 연봉이 2,000만원에서 역대 최고인 400%가 인상된 1억원으로 뛰어올랐다. 최고 인상액은 이택근의 몫이다. 이택근은 2011시즌 타율은 0.297에 불과했지만 자유계약선수(FA) 효과 덕분에 4억3,000만원이 인상된 7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물론 대폭 삭감된 경우도 있다. LG의 박명환이 대표적이다. 박명환은 2010시즌 4승6패에 그쳐 연봉이 5억원에서 이듬 해 5,000만원으로 90%가 삭감되는 수모를 당했다.

프로야구 1군 선수들은 대략 400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내년 1월 중순께 본격적인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까지 연봉협상을 마무리 하게 된다. 올 시즌 호성적을 낸 선수들은 따뜻한 연말을 맞겠지만 부진한 성적을 거둔 선수들은 내년 시즌을 기약하며 절치부심할 수 밖에 없다.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스토브 리그는 흘린 땀과 연봉은 비례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는 잔혹한 계절이다.

여동은 스포츠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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