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검사급 현직 검사의 뇌물수수 사건에 이어 피고인과 성관계를 가진 신임 검사 사건까지, 잇단 악재로 검찰이 사상 최대의 위기에 빠졌다는 자성이 검찰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26일 수원지검 성남지청 등을 시작으로 평검사 회의가 열렸고, 서울중앙지검 등 전국의 일선 지검으로 평검사 회의 확산이 예정된 것은 이 같은 분위기의 반영이다.
특히 이번 평검사 회의를 통해 한상대 검찰총장 등 수뇌부의 거취 문제까지 제기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평검사 회의가 열리기 전부터 검찰 내부에서는 한 총장 등 수뇌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 조직이 문을 닫아야 하느냐 말아야 마느냐의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일선 검사들로서는 조직의 수장에게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줄 것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에 비해 현 수뇌부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김광준 검사가 구속된 후 한 총장이 직접 '전면적인 검찰 개혁'을 약속하는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내부 여론은 더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지방검찰청 검사는 "한 총장이 대검 중수부 폐지 등 검찰 개혁을 한다고 한들 이미 신뢰를 잃은 국민들이 진정성을 느끼겠냐"며 "오히려 자신의 거취를 밝히는 책임있는 자세를 보였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평검사는 "평검사 회의를 통해 이같은 일선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검사들 사이에서 강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평검사 회의가 통상 수준의 검찰개혁 논의에 머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재경 지검의 한 검사는 "일단 사태가 심각하게 흘러가고 있으니까 한 번 모여서 서로의 생각을 들어보자는 정도의 수준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33명의 대검찰청 소속 연구관들이 이번 평검사 회의에 앞서 회의를 가졌지만 이 자리에서도 구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이나 수뇌부 거취 문제는 거의 논의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에 더해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평검사 회의가 한 총장 등 수뇌부의 지휘 하에 진행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는 검찰이 내놓은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평검사들이 모여 검찰조직의 문제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의미있다는 지적도 있다. 평검사 회의는 지난해 6월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일선 검사들이 대규모의 평검사 회의를 가진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앞서 노무현 정부 시절 역시 경찰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입법화되려는 움직임에 반발해 전국의 평검사들이 회의를 열기도 했다. 시급한 검찰 조직의 현안을 놓고 일선 검사들이 모이는 의견 도출의 장으로서 평검사 회의를 봐달라는 주문이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