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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간 재판부, 생생한 증언 쏟아낸 어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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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간 재판부, 생생한 증언 쏟아낸 어민들

입력
2012.11.2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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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전남 고흥만 방조제 담수 방류가 주변 어장에 미친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이어 사건 현장과 가장 가까운 법원에서 재판을 열고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서울고법은 26일 국내 최초로 관할지역을 벗어나 '찾아가는 재판'을 열었다.

이 재판은 고흥만에서 어업을 해오던 주민들이 "고흥만 방조제에서 오염된 담수를 쏟아내는 바람에 어획량이 급격히 줄어 피해를 봤다"며 정부와 고흥군을 상대로 2007년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1심 법원은 어민들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여 피해금액의 70%인 72억2,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정부가 항소해 재판은 서울고법으로 넘어갔다.

서울고법 민사8부(부장 홍기태)는 환경 전담 재판부가 서울에만 있어 어민들이 재판 방청에 어려움이 있는 점을 고려, 현장 검증과 동시에 고흥군법원에서 첫 기일을 열기로 결정했다. 법복을 벗은 재판부는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약 1시간30분 동안 영하의 매서운 추위를 견디며 원ㆍ피고 측 대리인 등과 함께 30톤짜리 행정선을 타고 고흥만 앞바다, 인공습지, 하수처리장 등을 꼼꼼히 살폈다.

어민들은 서울에서 고흥까지 380㎞를 달려온 재판부에 고마움을 표하면서도, "최고의 어장이 최악의 어장으로 변했다"며 어장 피해로 속상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전도원(47) 남암어촌계장은 "거름 안 준 밭이라고 포기할 수 없는 농민처럼 우리도 바다를 포기할 수 없다"며 "비가 많이 와 담수가 쏟아져 나오면 적조 같은 바닷물의 띠가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날 오후에는 고흥읍의 광주지법 순천지원 고흥군법원에서 항소심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법정에는 소송을 제기한 20여명의 어민들만 참석했지만, 법원 마당에는 재판정에 들어가지 못한 150여명의 주민들이 애타는 마음으로 재판 결과를 기다렸다.

정부 측 대리인은 "배수갑문은 적법한 절차에 의해 설치됐고 담수 방류도 본래 기능에 부합한다"며 "인공습지를 조성하고 용존산소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등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려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어민들은 "방조제에서 오염된 담수를 방류하면 일주일 넘게 고흥만 안쪽에 머무르면서 바다 생태계를 파괴한다"고 반박했다.

법정에서는 이같이 공방이 이어졌지만 주민들은 먼 길을 온 재판부에 호의적인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 용동어촌계 정원용(70)씨는 "판사라 그러면 위축되기 마련인데, 현장까지 온 재판부를 직접 보니 결과의 유ㆍ불리에 앞서 신뢰가 간다"고 말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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