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소백산에 방사한 토종여우 암컷이 엿새 만에 폐사한 데 이어 수컷이 21일 덫에 걸린 채 발견되는 등 난항을 겪자 토종여우 복원 사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과거 반달가슴곰도 방사 초기 민가로 돌아오는 등 자연 적응에 시일이 걸렸던 것에 미뤄 환경부는 실패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25일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현재 종 복원 중인 대형포유류는 반달가슴곰 산양 토종여우다. 지리산에 총 34마리가 방사된 반달가슴곰은 현재 27마리(출산 8마리, 폐사ㆍ회수 15마리)가 야생활동을 하고 있다. 양두하 종복원센터 복원연구과장은 "자체 증식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어 야생에 적응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07년부터 월악산에 14마리가 방사된 산양은 38마리가 서식 중이다. 송병철 북부복원센터장은 "90년대 후반 산림청이 행사 차원에서 10마리를 방사했는데 근친교배로 전멸 위기에 놓여 복원을 시작했다"며 "현재는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해 복원이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큰 건 토종여우다. 녹색연합은 "저지대에 사는 여우는 소백산과 어울리지 않는데다 먹이를 구하기 힘든 시기에 방사했다"고 지적했었다. 하지만 정철운 중부복원센터장은 "여우의 주요 먹이는 쥐인데 겨울에도 쉽게 구할 수 있고 고라니 사체 등은 겨울에 더 많다"며 "해외의 경우 90%는 늦가을에 방사한다"고 밝혔다.
야생 적응의 성패는 방사 전 자연적응훈련 중에서도 사람을 피하는 훈련에 달려있다. 사람이 나타날 때마다 콧등에 전기 자극을 주거나 피리를 불어 도망가거나 숨도록 학습시킨다. 대인기피 훈련이 돼 있지 않으면 사람에게 해를 입히거나 거꾸로 동물이 공격을 당할 수 있고, '쉬운 먹이'인 농작물에 손을 댄다. 반달가슴곰도 방사 초기에는 민가에 내려와 음식을 구하곤 해 시행착오를 거쳤다. 공단은 농가 인근에 전기 울타리를 설치하거나, 특히 양봉농가의 벌통 주변에는 울타리를 쳐서 접근을 막았고, 회수해 재훈련을 시키기도 했다.
이번에 방사했다가 폐사한 암컷 여우도 마을로 내려와 민가 아궁이에 기어들어갔다가 죽은 것으로 밝혀져 대인기피에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공단 관계자는 "방사 전 짧게는 15일 길게는 3개월간 적응훈련의 경과를 지켜보고 일정 수준이 됐다고 판단되면 방사하는데, 문제가 발견되면 즉각 회수해 재훈련시킨다"고 밝혔다.
여우들은 회수할 새도 없이 죽고 덫에 걸렸지만 공단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80년대 초부터 총 900마리를 방사한 캐나다는 여우 복원에 성공했는데 초기 생존율은 20~25%에 불과했다. 10마리를 풀어놓으면 2마리만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공단의 종 복원 성공 기준은 최소 50마리. 추가 방사 없이도 개체 수 유지ㆍ증가가 가능한 숫자다. 공단은'멸종위기종 증식ㆍ복원 종합계획(2006)'에 따라 앞으로 사향노루 시라소니 남생이 등 14종에 대한 복원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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