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석 부산대 나노융합공학과 교수가'광음향 의료영상을 이용한 암 진단 기술의 선구자'라고 추천한 오정환(43) 부경대 의공학과 교수가 이태우(38)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교수를'플렉서블 유기 발광 다이오드(OLEDㆍOrganic Light Emitting Diode)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국내파 과학자'라고 소개했다.
의광학 분야를 연구하다 보면, 종양학 의사, 레이저 공학자, 기계 공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들과 함께하는 다학제적 공동 연구를 자주 하게 마련이다. 그러던 중 유기 발광 나노 입자를 이용한 광(光)의료 영상과 공동연구에 관심을 갖게 돼, 김창석 교수를 통해 포스텍의 젊은 과학자인 이태우 교수를 소개받았다.
시작은 공동연구를 위한 공적인 만남이었지만 만나는 횟수가 잦아지고 독특한 분야에서 한 우물을 제대로 파는 정통 과학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에게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게 됐다.
이 교수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사과정 시절부터 고분자 재료의 OLED만 줄곧 연구한 외골수다. 박사 학위를 받고 박사후 연구원을 마친 뒤 2003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연구원을 거쳐 2008년 포스텍 교수로 옮겨온 이후에도 그는 오직 세계 최고의 OLED만을 만들겠다는 집념 하나만으로 우직하게 이 연구에만 전념했다.
그리고 2012년 1월 드디어 그래핀 전극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형광등보다 효율이 높은 플렉서블 OLED를 만드는 데 성공, 이를 세계 최고의 학술지인 '네이처 포토닉스(Nature Photonics)'에 공개했다. 이것은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꿈의 신소재 그래핀(Graphene)을 실제로 광전자 소자로 상용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험적 성공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기술은 인테리어 조명에서 디스플레이, 휴대용 TV, 휴대폰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기에 조만간 그래핀 전극을 현실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 첫 사례라는 데 의의가 있다.
이 교수는 학부부터 석ㆍ박사 과정까지 모두 국내에서 마친 국내파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연구 흐름과 치열한 경쟁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또 저명한 해외 석학 이름을 공동 저자로 올리지 않고도 자신만의 아이디어와 성과로 당당히 승부해 국내 과학자들에게 자긍심을 안겨주고 있다.
이 교수를 지켜보다 보면 국내 박사들을 배출하는 교수 입장에서, 나도 이 교수 같은 세계적 안목과 경쟁력을 갖춘 국내파 과학자를 배출하고 싶다는 열망을 갖게 된다.
이 교수는 평소에는 시시콜콜한 세상 이야기에는 별 관심이 없는 조용한 사람이지만, 이야기 주제가 OLED로 넘어가면 눈을 반짝이며 열정적인 사람으로 돌변한다. 이론적 설명에다 새로운 실험방법에 관한 아이디어를 쏟아내느라 밤 새는 줄도 모른다.
요즘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육성정책을 보면, 단기적 성과를 요구하고 급변하는 유행에 좇아가길 강요하는 느낌이 들어 씁쓸해지곤 한다. 이 교수는 이런 정책이 잘못됐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2012년 OLED가 세상을 뒤흔들든지 말든지, 이미 1997년 석사 시절부터 스스로 즐거워 OLED라는 한 우물만 파온 이 교수의 성공담은 왜 장기적 연구 육성이 필요한지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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