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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택시에 배려심을 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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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택시에 배려심을 싣다

입력
2012.11.2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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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강의를 받고 나서 교통사고율이 '제로'로 떨어졌습니다." 문학 사학 철학 등 인문학이 외면 받는 요즘, 택시기사들이 인문학 교육을 받고 사고를 내지 않아 관심을 끌고 있다.

화성시와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은 4~7월 경기 화성시 동성운수 택시기사들을 상대로 인문학 강의를 실시했다고 25일 밝혔다. 한 달에 한 차례 2시간씩 진행된 인문학 강의는 '셀프 리더십'과 '인성(MBTI)검사' '이미지 메이킹' ' 이철환 작가의 인문학 강의'로 짜여졌다. 택시 기사들이 자존감이 낮다는 점을 감안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셀프 리더십은 택시 기사들에 주인의식을 심어주고, 인성검사는 마음을 다스림으로써 고객을 좀 더 친절하게 대할 수 있도록 하자는 목적이었다. 이미지 메이킹 역시 표정 관리와 대화에 관한 노하우를 알려줬고, 인문학 강의는 이 작가가 라는 작품을 배경으로 자신이 우울증을 극복한 경험담과 함께 삶의 명암을 폭 넓게 조망해 줬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처음 "안전교육 받기도 피곤한데 왜 시간을 낭비하냐"며 항의했던 기사들이 "이런 교육은 처음이었다"며 2차 교육을 요구해 현재 일정을 조율 중이다.

무엇보다 가시적인 효과는 사고율 저하에서 뚜렷이 드러났다. 이 회사의 택시기사 140여명은 사람이 다치거나 100만원 안팎이 드는 보험사고를 적게는 1,2건에서 많게는 5,6건씩 사고를 낸 경험이 있지만 교육기간에는 단 한 건의 가해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 심지어 피해사고도 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사고담당자 홍범하(35)씨는 "인문학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희한하게 가해사고가 단 한 건도 없었고 접촉사고 수준의 피해사고만 일어났다"면서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자존감을 높여주고 심금을 자극하는 강의내용이 남을 좀 더 배려하도록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회사 장수영(42) 노조위원장은 "교육기간 조합원들이 거의 100% 참석해 강의를 들었다"면서 "처음 짜증을 내던 조합원들이 나중엔 '너무 좋았다'면서 '강의를 다시 받게 해달라'고 요청해와 놀랐다"고 말했다. 수강한 기사 중 일부는 시 홈페이지에 직접 글을 올려 강의 재개를 촉구하기도 했다.

택시기사 원재웅(39)씨는 "안전교육과 친절교육만 받았을 뿐 인문학 강의라는 것을 처음 들어봤다"면서 "아무래도 마음가짐이 달라지다 보니 과속을 안 하게 돼 사고를 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시와 도진흥원은 인문학 강의가 효과가 크다고 보고 다른 택시회사인 금성운수에서도 1차례 교육을 진행했으며 버스회사인 화성운수와도 교육 일정을 협의하고 있다. 또 내년부터 화성시 외의 운수회사를 대상으로도 신청을 받아 교육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범구기자 eb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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