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10시(현지시각) 터키 이스탄불시 구도심의 최대 전통시장 '그랜드 바자르'. 금과 은, 양탄자, 도자기, 비단, 가죽제품, 터키석 등 터키의 모든 상품을 판매하는 5,000여 상점 상인들은 동양인으로 보이는 여행객을 보기만 하면 "강남스타일"을 외치며 두 팔을 앞으로 내밀고 말춤 흉내를 내고 있었다. 장식용 램프와 귀걸이 등을 파는 무라트(27)씨는 서툰 우리말로 "한국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한국전쟁 참전을 계기로 우리를 '피를 나눈 형제'로 여겨온 터키가 최근 불고있는 한류 열풍의 여파로 우정을 대물림하고 있다. 10대 학생부터 40대까지 한국을 사랑하는 터키인의 모임인 '코리아 팬덤'이 17개에 2,500여명이 활동하고 있는 이곳에서 강남스타일은 한류를 주도하고 있었다.
강남스타일의 인기는 터키 전역에서 확인됐다. 20일 오후 9시 기독교인들이 로마의 박해를 피해 지하동굴에 숨어 살았던 카파도키아의 한 전통춤 동굴공연장. '세마'라는 종교의식 춤과 밸리댄스 등으로 열기가 오른 원형 무대에서 100여 관람객들과 무희들이 전통 반주에 맞춰 원을 돌고, 기차놀이도 하다 갑자기 터져나온 강남스타일 음악에 모두 환호성을 울리며 어설픈 카우보이로 변신했다. 30대 일본 아줌마도 50대 독일 아저씨도 말춤으로 하나됐다.
JYJ와 소녀시대, 빅뱅 등 인기 그룹도 유명세를 치르고 있었다. 내년 8월31일∼9월22일 23일간 이스탄불에서 열리는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3' 행사를 위해 8월부터 터키 현지연수를 온 경북도 쌀산업FTA대책과 임돈견(37)씨는 "처음 왔을 때 시장 등지를 다녀보면 '일본인이냐, 중국인이냐'라고 묻다가 최근 한달 전부터는 JYJ나 싸이 이름을 들먹이며 한국에 큰 호기심과 우호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음악 뿐만이 아니다. 영화와 드라마 모두 젊은 세대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었다. 여행가이드인 부르주(27ㆍ여)씨는 영화배우 정우성이 출연한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사진을 휴대폰에 저장하고 있었다.
올 9월까지 이스탄불 총영사로 있었던 홍종경 경북도 국제관계대사는 "2년 전 TV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의 주인공 송중기에 대한 터키 청소년들의 문의가 빗발쳤는데 정작 영사관 직원들은 제대로 대답하지 못해 난처했던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도 한류에 대한 터키인의 열정과 우정이 식지 않도록 묘안을 짜내고 있었다. 이스탄불 영사관 측은 올 이슬람의 금식월인 라마단 기간 중 코리아팬덤 회원들을 일몰 후에 초청, '컵라면 이푸타르'를 펼쳐 호응을 얻었다. 이푸타르는 금식월 때 일몰 후 하는 식사다.
이들 코리아팬덤 회원 200여명은 이달 11일 이스탄불에서 열린 유라시아 마라톤대회에에 참가,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3' 플래카드를 들고 한국을 알리기도 했다.
경북도도 내년 엑스포 기간 중 이스탄불에서 슈퍼주니어와 샤이니, 카라 등 K팝 가수들이 출연하는 공연과 한국영화축제, 태권도시범단 등을 통해 한류를 살려나갈 계획이다.
한편 터키는 한국전쟁 당시 1만5,000명의 군인을 파병, 3,50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압둘라만 쉔(57) 이스탄불시 문화사회국장은 "터키인에게 한국은 같이 전쟁을 치렀고, 축구로 의기투합한 형제의 나라"라며 "내년 이스탄불과 경북도가 함께 하는 엑스포 행사를 통해 우의를 더 다지게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이스탄불(터키)=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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