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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D 패널로 교체”부터 “작품 해체” 목소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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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D 패널로 교체”부터 “작품 해체” 목소리까지

입력
2012.11.2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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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지나 노후화 심각10년 전엔 화재까지 발생잦은 고장으로 유지비용 급증내구연한 임박해 2,3년이 한계

전문가들 모여 세미나백남준 측근 "LCD패널로 교체""비율 달라 외양 변화" 우려 나와"해체하고 수장고 보관" 차선책

경기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중앙 현관에 설치된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의 설치작품 '다다익선'보존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작품설치 25년이 지나면서 모니터 등이 고장 나 교체가 필요하지만 단종으로 보수유지가 어려워지자 작품을 해체해 수장고에 보관하자는 의견까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념해 제작된 '다다익선'은 백남준이 설치공간을 직접 보고 구상한 대표작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중심부에 설치돼 있다. 개천절 10월 3일을 상징하는 1,003개의 브라운관 TV모니터를 차곡차곡 쌓아 올린 원형 탑 형태로, 높이 18.5m, 무게 16톤에 이른다.

23일 오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소강당에서 '다다익선 보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열린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현재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과 함께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가장 큰 문제는 백남준이 사용한 브라운관 TV모니터와 영상을 저장한 레이저 디스크 등이 단종되고 노후해 화면 꺼진 모니터가 속출한다는 점. 생전에 이런 상황을 예상한 작가는 "비디오아트는 말하자면 2년마다 새로운 종류의 물감이 나올 정도로 빠르게 바뀌는 분야"라며 "모니터가 고장 나면 새로운 모니터로 교체하라"고 당부했지만 유지·보수비용이 적게는 수백 만원에서 많게는 수천 만원에 달해 부담이 적지않다.

부품의 노후화는 화재사고로 이어졌다. 2002년 '다다익선'에 화재가 발생해 2003년 모니터가 전면 교체됐다. 또 최근 2년간 250여대의 모니터가 수리됐지만 모니터 내구연한(10년)이 임박해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어졌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현재 약 70~80대의 예비모니터를 확보해두었지만 현재 추세로는 2, 3년이 한계로 보인다. 예비모니터마저도 하층부용으로, 상층에 사용되는 소형모니터는 전혀 확보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장엽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 2팀장은 "작품을 전시장에 유지할 경우, 브라운관 모니터 전량을 해외에서 수입하거나 LCD패널로 전면 교체할 수밖에 없다"면서 "어떤 경우든 차후 유지·보수를 위한 막대한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장 팀장은 이어 '다다익선'을 해체해 수장고에 보존하는 방식을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20여 년에 걸친 '다다익선'의 설치와 운영의 역사를 기록하고 관련 증거물을 수집하는 아카이빙 작업"을 진행한다는 조건에서다.

20여 년간 백남준의 테크니션으로 '다다익선'의 수리·교체 등 A/S에 관한 모든 권한을 위임 받은 이정성 아트마스터 대표는 LCD패널 교체에 힘을 실었다. "브라운관 방식을 고집한다고 해도 10년 후에는 그마저도 유지가 어렵다"면서 "백남준 선생도 재료의 교체가능성을 열어 두었으므로 작품의 변형 없이 모니터만 교체한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000여개가 넘는 모니터를 LCD로 교체할 경우, 작품의 연속성 문제와 엄청난 교체비용은 여전히 논란의 불씨로 남을 수 있다. 핍 로렌슨 테이트미술관 소장품보존 연구팀장은 "브라운관 TV모니터가 조각적 구성요소로 활용될 경우 대체물을 찾기가 어렵다"면서 "LCD패널도 대체 가능한 4대 3비율 스크린이 거의 사라지는 추세여서 작품 외양에 중대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정성 대표는 "모니터에 보여지는 영상의 보존 방식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면서 "영상 운영시스템은 2003년 DVD로 완전히 교체됐지만, 미래 시대에 적당한 보존 매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다다익선'의 1,003개 모니터에서는 부채춤, 고려청자 등의 한국적 소재와 키스 헤링, 요셉 보이스 등 해외 유명 작가를 비롯한 외국의 이미지를 빠르게 교차 편집해 보여주고 있다.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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