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작렬하는 태양과 태곳적 자연의 신비가 캔버스를 휘감았다. 어둡고 밝은 색채의 대비, 붓을 힘껏 휘두르거나 물감을 흩뿌린 듯한 화폭에선 원초적 생명력이 은근하게 뿜어져 나온다. 거칠고 자유로운 붓질이 갈색, 담황색, 크림색 등 부드러운 색채를 통해 중화된 결과이다. 중진 추상화가 이열(57) 홍익대 교수의 개인전 '대지의 숭고미를 담아내다'가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2003년부터 10년간 원시적 자연풍광을 찾아 아프리카를 돌아다녔어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요하네스버그, 케냐의 나이로비 등 아프리카를 20여 차례 방문하면서 얻은 영감을 화폭으로 옮겼죠." '한국 추상미술의 평면성과 역동성을 서양의 우발적 충동과 결합했다'는 평을 듣는 이씨는 1989년부터 고집해온 대표 시리즈 '생성공간-변수'와 함께 최근작까지 30여 점을 이번 전시에 선보였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벽면을 채운 200~500호의 대형 작품들이 시선을 압도한다. '평면 회화에 어떻게 입체성을 결합할지'에 대한 고민을 담아온 화면은 직사각형 혹은 원형으로 나뉘었고 색채로는 깊이 있는 공간감을 표현했다. 아프리카를 만나 한층 밝아진 캔버스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프리카의 자연과 동물의 형상도 어렴풋이 그려진다. "아프리카의 자연에 관심이 많다"는 이씨는 "추상적 표현을 통해 어떤 대상을 상징하기보다는 동양적 정서에 아프리카가 주는 활기를 더해 원초적 생명력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달 2일까지이다. (02)720-5114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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