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고민 중이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39ㆍ한화)가 거취에 대한 입장 발표를 미뤘다. 박찬호는 2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재단법인 박찬호 장학회의 장학금 전달식에서 "은퇴 여부를 아직 고민 중"이라고 했다. "미국에 있는 동안 여러 조언을 들으며 은퇴 후의 계획을 점검했다"면서도 "좀 더 고민한 뒤 이달 말까지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구단의 간곡한 요청, 야구팬 들의 기대를 잘 알기에 섣불리 유니폼을 벗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불혹이 넘은 나이, 현역 연장에 대한 책임감을 생각하지 않을 수도 없다. 박찬호는 평소 하체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아 여전히 시속 150㎞에 육박하는 공을 뿌리지만, 시즌 중반이 되면 힘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7일 미국으로 건너가 성실히 개인 훈련을 소화했던 박찬호는 "날씨가 좋아 훈련을 계속할 수 있었다"면서 "그런데 예전의 체력이 돌아온 듯 의욕이 생겼다가 한편으로는 한계도 느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은퇴에 대한 마음이 오락가락한다"고 말했다. 이어 "확률은 반반이다. 구단과 상의해 조만간 앞으로의 거취를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화는 박찬호의 선택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구단은 이날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제출한 보류선수명단(63명)에도 박찬호의 이름을 포함시켰다. 보류선수명단은 내년 시즌을 함께 할 선수와 방출할 선수를 구분 짓는 것이다. 한화는 박찬호가 경기장 안팎에서 해줄 역할이 아직까지 많이 남아있다며 현역 연장을 기대하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여전히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그런 선수가 팀에 속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올해도 어린 선수들이 박찬호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본인의 선택을 최대한 기다리고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박찬호는 아끼는 후배 류현진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약280억원의 응찰액을 받아낸 류현진은 미국 현지에서 연봉 협상을 하고 있다. 박찬호는 평소 "류현진이 내 메이저리그 기록을 깼으면 좋겠다"고 말해왔고, "하루라도 젊었을 때 미국에 진출해야 한다"고 했다.
박찬호는 "구단에서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면서 "(류)현진이가 계약에 성공해 한국에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 박찬호는 전국 시ㆍ도 교육청에서 추천한 야구 꿈나무 17명에게 장학금과 야구용품을 전달했다. 박찬호는 지난 1997년부터 '박찬호 장학회'를 만들어 야구 꿈나무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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