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카탈루냐주의 조기총선 투표가 25일 시작됐다. 이번 선거는 지역 집권당인 중도우파 카탈루냐통합당(CIU)이 스페인에서 분리독립을 추진한다는 공약을 내세워 실시하는 것이어서 경제위기를 겪는 스페인의 내분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이번 선거가 “카탈루냐가 300년 된 분리독립 논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카탈루냐 주민의 분리독립 지지율은 57%에 달한다. 따라서 4년 내 분리독립 찬반 주민투표 실시 공약을 내건 CIU의 아루투르 마스 주지사가 무난히 재집권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언론은 CIU가 총 의석 135석 중 절반에 가까운 62~64석을, 분리독립 지지 군소 정당들이 15석을 얻어 연립정권을 구성할 것으로 분석했다.
스페인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인 카탈루냐가 분리독립을 추진하는 것은 스페인의 중앙정부에 “세금을 과도하게 빼앗기고 있다”는 피해의식 때문이다. 카탈루냐는 매년 지역 GDP의 8%인 약 160억유로를 중앙정부에 내고 있다. 최근 1년간 지역경제가 크게 위축되면서 재정적자가 누적, 중앙정부에 54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지경에 이르자 여론은 더욱 악화했다.
중앙정부는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주민투표는 헌법에 위배된다며 경고해 격렬한 충돌이 예상된다. 호세 가르시아 외무장관은 “카탈루냐가 헌법을 무시하는 것은 쿠데타”라고 밝혔다. 루이스 가리카노 영국정경대 교수는 “카탈루냐가 분리독립할 경우 다른 부유한 지역들도 같은 길을 택해 스페인이라는 국가가 분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분리독립 지지자들의 청사진과 달리 독립국가로서의 카탈루냐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페인의 반대 때문에 EU에 가입할 수 없어 경제적 타격이 클 것이라는 예상이다. 카탈루냐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들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거나 카탈루냐 상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벌어질 수도 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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