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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과 손잡은 SPA, 호랑이에 날개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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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과 손잡은 SPA, 호랑이에 날개 달았다

입력
2012.11.2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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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서울 명동 H&M 눈스퀘어점에는 아침부터 400여명이 옷을 사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전날 밤부터 밤을 샌 이들도 있었다. H&M이 고가 브랜드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와 협업(콜라보레이션)한 한정판 제품을 사기 위해서였다. H&M에 따르면 이날 4개 점포에서 대기 인원만 1,200여명에 달했다. 재킷과 스니커즈 등 대표 아이템은 모두 1~2시간 만에 동이 났다. 구하지 못한 고객들이 많다 보니 현재 중고명품사이트 필웨이와 중고카페 등에서는 웃돈을 얹어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패션업계는 '3 SPA(제조유통일괄형의류) 천하'다. 극심한 불황으로 패션업계 전체가 울상을 짓고 있고 백화점의 경우 여성복, 남성복 매출이 제자리 혹은 뒷걸음질을 거듭하고 있지만, 오로지 유니클로, H&M, 자라 등 세 SPA브랜드만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 SPA브랜드인 유니클로의 경우 2009년 매출은 1,226억원이었으나 지난해는 3,279억원으로 매년 1,000억원씩 늘고 있으며 올해도 큰 폭의 플러스 성장이 확실시된다. 매장수도 올해만 22개나 늘려 87개가 됐는데, 이 달 중에 3개 점포가 추가 오픈한다.

2010년 진출한 스웨덴 브랜드 H&M역시 지난해 6개 매장에서 올린 매출은 631억원. 올해는 11개까지 매장을 늘렸고, 내년 상반기에만 4개의 대형 매장을 낸다. 스페인 브랜드 자라도 지난해 1,673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해외 SPA의 독주는 품질 대비 가격만족도에 있다.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들 SPA브랜드들은 쉴 새 없이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는데, 1만~2만원 대에도 만족스런 의류를 고를 수 있어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유니클로가 9,900원에 한정 할인 판매한 기능성 내의(발열내의)인 '히트 텍'의 경우 '신드롬'까지 낳으며 매출도 평소보다 3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해외SPA의 강점은 가격 그 이상에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들은 고가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한층 디자인이 강화된 의류들을 속속 내놓고 있는데, SPA브랜드 가격으로 준명품 디자인을 사려는 고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이번에 H&M이 마르지엘라와 내놓은 코트와 재킷은 30만원대로, 명품 브랜드보단 크게 저렴한 수준이다. 유니클로도 프랑스 유명브랜드 꼼뜨와데꼬또니에, 미국 브랜드 띠어리와 손잡고 해당 브랜드의 특색을 살린 패딩과 코트 등을 선보였다.

SPA가 약진하다 보니 국내 패션기업들도 SPA시장에 잇따라 뛰어들었다. 제일모직이 올해 선보인 에잇세컨즈는 11개의 매장을 연데 이어 이달 말 광주 충장로에 추가로 매장을 낸다. 최근 KT와 함께 '워프 티셔츠'를 판매하는 등 이종 업종 기업들과 협업을 활발히 할 예정이며 올해 매출 목표인 600억원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 이랜드의 후아유, 랩(LAP) 등 토종 브랜드들도 SPA를 선언하며 시장을 확대해가고 있다. 하지만 3대 해외 SPA의 벽이 워낙 높다 보니, 아직 만족스런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제가 장기불황국면에 진입하면서, 상당 기간 SPA가 패션시장의 아이콘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도 예상하고 있다. 추호정 서울대 의류학과 교수는 "값은 싸지만 이미지는 비싼 SPA브랜드들이 저성장 시대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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