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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의 만남] “소셜테이너로 노동현장과의 연대… 선의였는데 폐해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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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의 만남] “소셜테이너로 노동현장과의 연대… 선의였는데 폐해도 있어”

입력
2012.11.25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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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못하는 피해는 있지만 관심을 많이 끈건 사실

토크콘서트 제안도 많이 받고…

피해자라고는 생각 안해

대학 들어가서야 광주진실 알고 민중에 관심 있는 운동권으로…

정치권서 손짓도 많이 했지만 아기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 생각

홍대 활동 후 트윗 팔로워 22만… 뭘 조직하려고 하진 않아…

외부인은 응원만 해야하지 않나

요즘엔 노동운동 방식에 고민도

이화여대 독문과를 나왔다. 대학 다닐 때는 원진레이온 산업재해 인정투쟁과 서울 중랑구 청량1동에서 빈민운동을 한 운동권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연극에 빠져서는 연극 영화 드라마만 했다. 사회적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어느 날 발언을 하더니 세상을 바꾸었다. 배우 김여진(40)씨. 작년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발벗고 나서고 한진중공업 부산조업소의 크레인에 올라간 김진숙씨를 위한 희망버스 활동에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다. 그의 활동은 심각한 게 아니라 즐겁다는 게 특징. 그와 함께 하는 이들은 '날라리외부세력'이라 자처한다. 사회적인 관심이 쏟아지는 가운데 다시 활동을 중단했다. 결혼 8년 만에 임신이 된 것. 2월에 태어난 아기가 아랫니가 나고 걸을 준비를 하는 사이 홍익대 청소노조는 사무실을 열였다. 지난달 30일 개소식에는 김여진씨가 왔다. 슬슬 사회활동을 재개하는 것일까?

_이제 사회활동 다시 시작하는 건가요?

"제가 언제 공식적으로 시작한 적 있나요? 그냥 가슴이 막 두근두근 움직일 때 안 가고는 못 배길 때 그럴 때는 그냥 가요. 홍대 청소노조는 사무실 개소식 한다고 문자가 오니까 가고 싶더라고요. 한시간 딱 갔다 왔어요. 한진중공업 김진숙 선생님이 크레인에 올라갔을 때도 홍익대 청소하시는 분들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그랬어요. 아직은 아이가 어려서 많이 움직이지 못해요."

_모유 먹인다고요.

"네, 처음부터 완모(완전모유수유)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요즘은 이유식도 먹이는 데 너무 힘들어요. 열심히 소고기국물 내서 만들어도 두 숟갈 먹고 고개 돌리니까. 신랑은 밥 차려주면 상에 있는 거 하나도 남기지 않을 정도로 식성이 좋아요. 저는 입이 짧았는데 절 닮았나 봐요. 중학교 가서야 고기 조금 먹었고 마산 사람인데도 생선은 지금도 잘 못 먹어요. 어릴 때는 밥 김치 김 세 가지만 먹어서 초등학교 저학년 때 영양실조로 병원에 실려간 적도 있어요."

_모유 먹이려면 밤에도 두시간마다 깨야 할텐데.

"지금은 익숙해져서 잠결에 주고 잠결에 먹고 그래요. 주변에서는 자꾸 모유 끊으라고 권해요. 그래도 2년은 먹이려고요. WTO(국제보건기구)가 권장하는 게 최소 2년이에요. 애가 이가 날 떼면 젖이 묽어진다, 영양분이 부족하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그런다는데 모유수유협회 회장님이신 이근 선생님은 끝까지 먹이라고 하세요. 젖은 오래 먹일수록 좋고 아기가 자라는대로 아기한테 필요한 DHA니 영양소가 나온대요. 일찍 젖을 떼라는 건 분유회사의 농간이래요."

_그럼 연예활동도 시작 못하겠어요.

"밥 먹게 되면 조금 떼어놓고 작은 역할은 해보려고요. 작년에 (영화)'아이들'을 같이만든 이규만 감독이 내년에 새 작품을 한다고 해서 지나가는 역할이라도 한다고 했어요. 드라마는 아직은 힘들고 토론회나 토크쇼 라디오 진행 같은 것은 제안이 안 와요. '소셜테이너 금지법'이라고 있잖아요. 방송 3사가 다 그래요. 아, 희망버스 한창일 때 '강심장'에서는 몇 번이나 나오라고 했어요. 그런데 8~9시간 녹화하는 것은 어디서 편집될지 모르고 그 이야기를 웃으면서 하긴 그렇잖아요. 며칠 전 어느 방송사에서 창사특집 내레이션을 하겠냐고 연락이 왔어요. 흔쾌히 하겠다 그랬는데 하루만에 '포맷이 바뀌었다'며 취소를 해요."

_그 정도 피해자인줄은 몰랐어요.

"피해를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피해자는 아니에요. 명성이라는 걸 생각해보세요. 수구세력에서 '연기로 인기를 못 끄니까 저런 걸로 관심 끈다'고 그래요. 그러려고 한 건 아니지만 관심을 받은 건 사실이잖아요.(웃음) 그럼 그것도 인정을 해야지요. 모든 일에는 좋은 측면과 나쁜 측면이 있어요. 나쁜 측면만 받으면 피해자가 되는 거에요. 좋은 측면만 받으면 이왕 하는 일인데 궁상맞지 않고 멋져 보이잖아요. 외부에서 토크콘서트 제안은 많이 와요. 트윗 팔로워도 빠지는 것보다는 많이 느니까 남 보기도 좋잖아요. 방송 못한다고 피해자 역할을 하면 아무 것도 못해요. 김제동씨도 토크콘서트 계속 하잖아요. 유지태씨가 '두 개의 문' 같이 보자고 하고 박중훈씨도 트위터 하시면서 발언들 해주시고. 제가 피해자로 보이면 그러겠어요?"

_올 봄에 낸 책()을 보니까 대학교 들어와서야 광주의 진실을 알았다고요.

"80년에 초등학교 2학년이었는데 경상도에서는 거기에 대해 이야기를 안해요. 교과서에도안 나왔고요. 경상도에서는 일상생활에서 그래요. '와 저리 전라도 아(아이)같이 떼를 쓰노' 아버지가 왜 그리 전라도를 싫어하는지 이해가 잘 안됐지만 그냥 그렇게 컸어요. '광주사태라고 소요가 있었다' 이 정도만 들었어요. 대학교에 들어와서 강경대 열사 추모식에 갔다가 광주항쟁 희생자 사진을 본 거예요. 여태까지 내가 배우고 알았던 게 반쪽 진실이구나. 그래서 요즘 말로 하면 운동권이 되었어요. 저는 PD(노동운동권)계열 중에서도 극좌에요. 반합정치조직, 반쯤 합법적인 조직이라고 민중연대의 중심에 서 있는 조직이었어요. 민중들의 현장에 관심있지 학내 정치투쟁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지금도 그 성향이 남아있어서 선거에 무심해요."

_그런데 또 어떻게 연극으로

"저는 그래요. 뭐에 꽂히면 그냥 그걸 따라가요."

_그래도 정치판에서는 손짓을 많이 했지요.

"네, 6월에는 정말 큰 제안을 받아서 내게도 권력욕이라는 게 있구나 하고 잠깐 고민을 했어요. 그런데 그건 나 아니어도 할 사람이 있는 거고 아기는 제가 있느냐 없느냐 큰 차이가 있잖아요. 그래서 안 갔어요. 이유식 만들려고.(웃음) 그런데 애 키워보니까 애기 둘 이상 키우는 사람 진심으로 존경해요. 사회생활 하면서 애기 하나 이상 키우는 사람도요.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어요?"

_안철수 후보와는 가까웠지요?

"청춘콘서트 진행을 한번 했고 출연을 한번 했어요. 그리고 최근에 여성정책 토론회 진행을 맡았었고요. 저는 단일후보를 지지해요. 두 분 중 누군가를 지지한다면 그걸 진작에 밝혔겠지요. 내심으로는 대선 결과만 놓고 본다면 안철수 후보가 유리하지 않나 싶었지만 대통령으로 정국을 펼치는 데는 엄청 어렵겠구나 생각은 했어요. 평소에 본인이 했던 이야기는 반드시 지키는 걸 봤고 해온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단일후보에 대한 합의가 안되면 이렇게(사퇴) 하실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도 그걸 믿지 못하고 사퇴하기 전 하루 이틀 사이에 사람들이 보여준 모습은 정말 아쉬웠어요. 박원순 시장 때도 보여줬는데 왜 사람을 그렇게 믿지 못할까."

_집안의 정치 성향과 달라 힘들지는 않았어요?

"노무현 대통령 돌아가셨을 때 제가 블로그에 애도의 글을 남겼어요. 그게 처음으로 정치적인 발언을 한 거에요. 그것 때문에 보수적인 사람들이 뭐라고 한 게 기사화됐거든요. 아버지가 신문기사 보고 걱정을 하시더니 댓글 달린 걸 보고 기함을 한 거에요. 어디 이런 못된 것들이 내 딸 욕을 하느냐고. 제 검색어 치면 '전라도 김여진' '종북 김여진' 이렇게 붙어서 나와요. 아버지가 보기엔 얼토당토 않는 비난이 나오니까 변희재씨랑 댓글로 싸우기도 하고 그러면서 많이 바뀌셨어요. 2010년인가요?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이긴 적이 있잖아요. 그때 아버지가 축하한다 그러시더라고요. 정말 딸들한테 자상한 아버지셨는데 얼마 전에 돌아가셨어요."

_처음 홍대 활동을 시작하면서 트윗 팔로워라도 많으면 좋겠다, 유명하다면 도움이 될텐데라고 했는데 이제 22만 팔로워니까 뭘 해야 하는 것 아니에요?

"트윗에서 뭘 조직하려고 하면 안돼요. 트윗은 그야말로 재잘재잘 얘기를 하는 데에요. 저는 뭐라고 권유하지 않아요. 어디 다녀왔습니다, 거기 갔는데 뭐가 필요하대요. 아주 개인적인 관점에서 이야기를 해요. 어, 제가 드릴게요. 전기장판 보낼게요. 이렇게 해서 여기까지 온 거예요. 뭐 해주세요, 이거 모금합시다, 이렇게도 얘기 안했어요. 그런데 제 트윗을 보는 사람들은 그렇게만 보지는 않는 것 같아요. 최근에도 통진당 수사결과에 대해서 유창선씨가 올린 트윗을 보고 '사실이라면 억울하겠네요.'라고 트윗을 했더니 그게 '김여진, 유시민계 비난'이라고 기사까지 뜨더라고요. 그러면서 잘 모르면 가만히 있으라는둥. 그럴 때는 그냥 버려둬요."

_소셜테이너로 기대가 커질수록 어려움도 많겠어요.

"네 그게 요즘 고민이에요. 유명인사가 현장에 연대를 하는 게 좋은 점도 있지만 좋지 않은 점도 있어요. 홍대 같은 데가 유명해졌잖아요. 저에 대한 관심은 수그러들었어요. 쟤 원래 그런 애야 그러면 어디에 간다는 게 더 이상 관심이 안된다 말이에요. 홍대 투쟁하면서 50일만에 전원 복직됐지만 노조가 1년만에야 인정을 받을 정도로 여러 가지 투쟁이 있었던 것은 알려내기가 더 힘들었어요. 그러면서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와요. 연예인한테 해서 했다던가. 쌍차 같은 것도 공지영씨 같은 사례가 그렇지 않나 싶어요. 분명히 서로가 선의였는데 폐해도 있는 거 같아요. 오래 안에서 운동했던 사람이 소외되는 현상, 다른 사람들이 막 들어오면서 그 상황을 정확히 모르면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현상이 생기는 거에요. 그러면서 패가 갈리고. 요즘은 노동운동이 이렇게 가는 게 맞을까 고민하지요.

_그래서 아기와 함께 하는 생활?언제까지 하려고요?

"법륜스님이 그래요. 애를 낳으려고 하지는 말아라. 낳게 되면 책임을 다하라. 스님 말로는 태어나서 3년간은 엄마가 직접 키워야 애착이 생겨서 아이가 행복하고 잘 산다는 거예요."

_그래서 맞벌이 주부들이 욕 많이 했지요?

"네, 스님이 그 말씀만 한 게 아니라 그 3년을 국가가 보장해줘야 한다는 이야기도 했어요. 직장 다니면 그 3년 동안 육아휴직을 반드시 보장하고 그 기간 동안 임금을 일부라도 줘서 마음 편히 아이를 키울 수 있게 하고 3년 뒤에는 출산 전 바로 그 자리로 반드시 복귀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요. 그래야 아이들이 사춘기 때 문제가 생기지 않는 거라고요. 만약 그렇게 3년을 안 보냈으면 사춘기때 문제가 생기더라도 과보라 생각하고 받아들여라, 그게 스님의 말씀인데 사람들이 앞부분만 보고 비난을 했어요. 엄마가 아기를 데리고 직장에 나가는 것도 자연스레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지요. 우체국이든 관공서든 직장여성이 애를 데리고 와서 애가 울어서 잠깐 보러 가도 짜증내지 말고 자연스레 기다려줘야 한다는 거지요. 아이와 함께 공존해야 하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아이가 와서 방해 받으면 집에 가서 애나 보라, 그러잖아요."

_그래서 애랑 같이 사진을 찍자고 했잖아요.

"그건가요? 그런데 남편(MBC 김진민 피디)은 자기 이야기도 아이 이야기도 하지 말고 제 이야기만 하라고 해요. 그게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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