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은퇴가 못마땅하기라도 한 듯 다빛이(8ㆍ셰퍼드)는 운동장 가운데로 느릿느릿 걸어 나왔다. 강원소방본부 소방항공대 인명구조견이라는 다빛이의 자리를 이어받을 깜이(2ㆍ말리노이즈)가 몸을 비비며 친한 척해 보지만 다빛이는 철없이 날뛰는 하룻강아지 보듯 심드렁하기만 하다.
23일 경기 남양주시 중앙119구조단 운동장에서는 구조단이 훈련시킨 새로운 인명구조견 깜이를 강원소방항공대에 파견하는 전달식이 열렸다. 사실상 2009년부터 활동해온 다빛이의 정년퇴임식인 셈이다.
다빛이는 강원 산악지역 실종자 수색 및 구조 임무를 맡아 지난 3년 5개월간 총 35회 작전에 투입됐다. 2009년 9월에는 춘천의 한 산속에서 길 잃은 치매 노인을 찾아 생명을 구했고, 그 해 11월에는 인제에서 발생한 헬기 추락사고의 사망자를 찾아 냈다. 그 동안 다빛이를 관리해 온 강원소방본부 황보근(40) 소방장은 “지금도 몸은 건강하지만 8살이 된 다빛이는 구조견으로 볼 때 환갑에 가까운 나이”라며 “그간 구조대와 동고동락했지만 이젠 편히 쉴 때가 됐다”고 아쉬워했다. 현장에서 떠나야 하는 쓸쓸함 때문인지, 세월의 무게인지 다빛이는 앞다리를 세우고 앉아 행사장 한 켠을 지켰다.
반면 깜이는 현장에 투입되는 것이 설레기라도 한 듯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깜이를 훈련시킨 이민균 중앙119구조단 교관은 “깜이는 한번의 명령만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고 말했다.
다빛이는 올 연말 정년퇴임을 맞는 김기성(59) 동해 소방서장에게 분양돼 함께 지낼 예정이다. 황 소방장은 “여러 곳에서 다빛이를 원했지만 구조견을 직접 다뤄 본 경험이 있는 김 서장이 가장 적격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남양주=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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