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중독 매체 PC에서 스마트폰으로
서울의 한 여고 3학년 담임인 김소미(43) 교사는 아침마다 학생들과 휴대폰 반납을 두고 숨바꼭질을 벌인다. 조회시간에 휴대폰을 교사에게 맡겼다가 종례시간에 돌려받는 것이 교칙이다. 반 학생 35명중 30명 정도가 스마트폰을 휴대하지만 이를 제출하는 학생은 5,6명밖에 안 된다. 가방이나 사물함에 두고 학생들이 “갖고 오지 않았다”고 버티면 소지품 검사를 할 수가 없어 속수무책이다. 문제는 이렇게 제출하지 않은 스마트폰을 수업시간 중에 책 사이에 끼워 채팅을 하거나, 게임을 하는 학생들이다. 김 교사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경우가 많다”며 “1, 2시간만 스마트폰을 압수해도 눈이 풀리고 멍해지는 아이들도 있어 중독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이 도를 넘고 있다. 지난 5월 미래를 여는 청소년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초ㆍ중생의 44%가 스마트폰을 소유하고 있다. 전화, 인터넷, TV 기능이 모두 결합된 스마트폰은 청소년들의 일상을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집단 따돌림, 음란물 접촉, 과다한 요금부과로 인한 부모와 갈등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행정안전부의 ‘인터넷중독 실태조사’(2011)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청소년들의 인터넷중독률은 12.7%로 사용하지 않는 청소년들(9.7%)보다 3%포인트 높았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성인(8.6%)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다.
부모나 교사들은 말할 것도 없고, 청소년들 자신도 스마트폰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할 정도다. 지난해 59건이었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의 휴대폰 관련 상담은 올해 75건(8월 현재)으로 늘었다. 요즘은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했을 때 신체와 행동변화에 대한 고민 상담 사례가 들어온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한 부모가 “스마트폰을 너무 많이 사용해 빼앗았더니 아들이 대성통곡을 하다가 경련을 일으켰다”며 “119 구급차를 불렀다”고 토로한 경우도 있다. “스마트폰을 빼았으니 손찌검을 했다”, “휴대폰을 빼앗긴 후 등교를 거부하더니 가출했다”와 같은 고민도 접할 수 있다. 배주미 한국청소년상담개발원 인터넷중독대응팀장은 “스마트폰 중독 문제를 상담하러 온 한 여고생은 상담 중인데도 카카오톡이 오면 바로 확인하려 어쩔 줄 몰라 한다”며 “PC 게임은 최소한 학교에서는 할 수 없지만 스마트폰은 하루종일 어디든지 가지고 다닐 수 있어 중독 위험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특히 스마트폰용 게임은 중독되는 연령층이 낮아진다는 점도 문제다. 권장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소장은 “PC 게임은 아이템도 사야 하고 레벨도 올려야 하는 등 난이도가 높아 초등학교 저학년이 접근하기 쉽지 않은 반면 애니팡이나 드래곤 플라이트처럼 단순한 스마트폰 게임에는 저학년 아이들도 쉽게 빠져든다”고 말했다.
나이가 어릴수록 스마트폰 몰입은 더 치명적이다. 김대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과 교수는 “뇌를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다양한 자극이 필요한데 스마트폰 게임은 뇌의 일정부분만 자극한다”며 “유년기에 뇌가 불균형하게 발달하면 성인이 돼 참을성이 떨어지고, 충동적인 성향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통제능력을 키워주지 않으면 스마트폰이 스투피드폰으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배주미 팀장은 “스마트폰 중독 예방은 영유아기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최소한 식사할 때와 잠잘 때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등 부모들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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