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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행정기관이 개입, 조합 해산 나서달라"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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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행정기관이 개입, 조합 해산 나서달라" 하소연

입력
2012.11.2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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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50% 이상 동의 받아야 취소

"일일이 설득작업 어느 세월에"

절차완료 된 곳 552곳 중 단 2곳

"퇴로 찾고 싶지만 산넘어 산

계속 추진할지, 중단해야 할지 사업성 여부, 정보라도 제공을"

"구청 등 행정기관에서 조합 해산 동의서를 받는 데 적극적으로 개입해 허비하는 시간을 줄여주면 좋겠습니다".

한 때는 부자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지금은 일장춘몽이 돼 버린 뉴타운 등 재개발ㆍ재건축사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업성 악화로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여기에 대규모 개발보다는 점진적 주거환경 개선을 선호하는 박원순 서울시장 시대를 맞아 서울시는 조합원 동의가 10%를 넘으면 사업 추진 중단을 위한 실태조사에 착수하는 등 뉴타운 해체 작업이 분주하다,

이렇다 보니 불투명한 부동산경기와 오랜 기다림에 지쳐 사업 중단을 원하는 추진위원회나 조합이 적지 않다. 하지만 막상 추진위나 조합이 자체적으로 해산을 하려고 해도 이마저도 쉽지 않다. 취소를 위해서는 조합원의 50%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하는 데 일일이 조합원을 찾아 다니며 설득하고 동의서를 받는 작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어려움은 서울에서 추진위나 조합이 설립된 552곳 중 현재까지 해산 동의를 받은 곳이 추진위 1곳, 조합 1곳에 불과하다는 사실에서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뉴타운 상계3구역 최원환 위원장은 "사업 진행이 어려우면 행정기관이 주민에게 결정을 미루지 말고 적극적으로 개입해 취소 결정을 유도해달라"고 말했다. 조합 단계인 뉴타운사업지구 전직 간부는 "취소 동의서 받는 것을 주민들 몫으로 돌리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며 "구청이나 행정기관이 사업이 지지부진한 조합이나 추진위가 설립취소 동의를 받는 것을 주관해 가부 여부를 빨리 결정지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동구 고덕 2-2지구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유희섭 추진위원장은 "주민들은 사업성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계속할지 중단할지 판단을 선뜻 못 내리고 있다"며 "구청이 자주 사업설명회를 열어 주민들에게 해당 구역의 사업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출구전략이 필요한 곳은 적극적으로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동의서 접수뿐 아니라 사업성을 확실히 알려 주민들 판단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뉴타운사업이 민간 주도로 이뤄졌지만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은 빨리 접을 수 있도록 구청이 취소동의서 접수 등을 포함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장도 "뉴타운은 워낙 복잡한 사회적 문제여서 조금이라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있다면 행정기관이 개입해 방안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행정기관이 개입하면 주민들의 각종 항의가 많아지고 재산권 침해 논란이 제기될 수 있어 사업성과 추가부담금 등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선에서 그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단순히 조합 해산에 그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성북구 장위뉴타운 9구역 전광열 조합장은 "뉴타운 사업을 실직적으로 접기 위해서는 조합해산뿐 아니라 지구계획을 같이 해제해야 보유 주택에 대한 증개축 등 재산권 행사를 통해 열악한 거주여건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용산구 청파1구역주택재개발추진위 박용호 위원장은 사업을 추진하고 싶어도 엄격한 규제에 가로막혀 진척이 없다고 호소했다. 박 위원장은 "2005년 추진위 설립 뒤 조합원 75% 이상 동의를 얻어 조합 설립 조건이 되지만 도로변에 있는 상가를 포함시키라는 서울시 지침 때문에 아직도 조합 설립이 안 됐다"며 "구역지정과 관련된 추진위의 어려운 입장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조합이나 추진위가 해산된다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바로 막대한 매몰비용 폭탄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기 부천시의 춘의1-1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이 곳은 2009년 조합원 75% 이상의 찬성으로 조합을 설립했지만 재개발을 반대하는 내재산지킴이운동본부가 조합원 과반(50.28%) 동의를 받아 올해 9월 조합 설립이 취소됐다. 문제는 시행사가 조합에 청구한 325억원의 매몰비용. 조합 측은 "조합원 702명이 분담해 1인당 4,700만원을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내재산지킴이운동본부 측은 "우리는 반대했는데 왜 돈을 내야 하냐"는 완강한 입장이어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매몰비용을 둘러싼 조합원간의 갈등이 또 다른 사회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

조명래 교수는 "뉴타운 사업은 매몰비용 처리와 수익성이 낮은 구역의 출구전략 등 여러 문제로 사회경제적 부담이 너무 커 정부와 지자체 모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서둘러 현실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l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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