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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마을 재생사업 새실험… 사람내음 공동체로 거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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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마을 재생사업 새실험… 사람내음 공동체로 거듭나다

입력
2012.11.2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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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재건축 예정지 지정

"재정착률 낮고 이웃간 반목 유발" 4구역 주민 56%가 해제 찬성

담장 허물고 마을정원 만들고… 수시로 동네 발전 아이디어 회의

서울서만 10곳이나 방향선회 중

"1층은 술과 담배를 팔지 않는 '주민편의점' 어때요? 수익은 동네운영비로 쓰면 딱 좋을 거 같은데."(30년째 연남동에 산 김재희씨)

"2층엔 동네사랑방이 될 북 카페도 열었으면 좋겠어요. 주부가 아이와 함께 편히 쉴 수 있는 그런 곳이요. 그러려면 인테리어부터 상업적 카페와 다르게 해야 될 거 같아요."(연남동 주민 이재구씨)

이달 16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주민센터에선 주민들이 '행복한 고민'을 나누고 있다. 이날 주제는 주민커뮤니티센터에서 벌일 수익사업과 주민사회에 어떻게 환원할지에 관한 것. 4층 규모 커뮤니티센터는 마포구의 지원을 받아 내년 하반기 완공 예정이다. 토론은 2시간을 훌쩍 넘겨 오후 6시가 돼서야 끝났다. 연남동 주민 박우영씨는 "이곳 주민들은 한 달에 두 번 한데 모여 마을을 어떻게 가꿔나갈지 논의한다"고 말했다.

주민회의에서 나온 아이디어는 마을의 모습을 하나 둘 바꾸고 있다. 현재 이곳에선 동네를 가로지르는 300m 길이 길공원길에 6.6㎡ 크기 주민정원 6곳을 만들고, 거미줄처럼 얽힌 전선을 지하에 묻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폐쇄회로(CC)TV를 기존 1개에서 11개로 늘리고, 가로등을 추가 설치하는 대신 담장은 허물기로 했다. 내년 초 착공에 들어가는 주민커뮤니티센터엔 마을기업이 둥지를 튼다. 커뮤니티센터 3층 어르신 나눔터에선 주말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예절교육도 열 생각이다. 마을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주민들 간의 친목 모임도 5, 6개 운영되고 있다.

이 동네에 이웃사촌의 온기가 나돌기 시작한 건 2010년부터다. 그 해 겨울, 이곳(연남4구역)은 재건축예정지에서 해제됐다. 주택의 절반 이상이 다가구ㆍ다세대 주택인 이곳 주민 56%가 해제에 찬성했기 때문. 박우영씨는 "우뚝 선 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하고 쫓겨나야 하는 현실이 불합리하고, 매섭게 다가왔다"고 했다. 실제 뉴타운ㆍ재건축 사업의 원주민 재정착률은 20~30%에 그친다. 연남동 일대(1~4구역)는 2006년 재건축예정지역으로 지정됐으나 지금은 4구역을 뺀 나머지 지역에서만 재건축이 진행 중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마을재생 사업을 진행 중인 지역은 성북구 선유골ㆍ길음동, 강북구 능안골, 강동구 서원마을, 동작구 흑석동 등 총 10곳. 이중 마포구 연남동과 서대문구 북가좌동은 재건축예정지에서 동네를 되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서울시 마포구 주택과 최군호 재건축팀장은 "기존 재개발ㆍ재건축 개발방식에 대한 회의와 부동산 침체가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이 지역 주민들은 마을재생 사업에 참여하면서 재건축ㆍ재개발을 바라보는 시선도 변했다고 했다. 서원마을 주민 박모씨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바로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지만 우리 마을은 다들 이웃사촌처럼 편하게 지낸다"고 했다. 2005년 연남동으로 이사 온 이사 온 이재구씨도 "집값이 뛸 줄 기대했던 터라 재건축 구역에서 해제됐을 때 굉장히 아쉬웠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삭막한 동네보단 사람 냄새 나는 마을공동체가 참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은 전국적으로도 활성화되고 있다. 김중미씨의 소설 의 배경인 인천 동구 만석동 쪽방촌 '괭이부리마을'도 원주민 100% 재정착을 목표로 재개발된다. 사회적기업을 세우는 한편, 마을 면적(2만246㎡)의 15%는 임대주택을 위해 허물고, 나머지 85%는 현재 주택을 수리ㆍ보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경부선 주변 낙후지역에 대한 재생사업을 계획 중인 부산시를 비롯해 경기 수원, 전남 광주ㆍ나주, 전북 전주, 경남 창원 등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마을재생사업을 추진 중이다.

배웅규 중앙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집을 투자의 대상으로 봤던 산업화 시기엔 내가 사는 지역에 관한 관심이 적었지만 최근엔 마을의 가치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며 "앞으로 점점 더 마을공동체를 살리는 대안개발방식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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