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뉴타운 지구로 지정된 서울 노원구 상계3구역 재개발조합은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사업을 계속 추진하자니 가구당 9,600만∼2억3,000만원의 개별분담금을 내야 하고, 여기서 접으려니 13억원의 매몰비용과 정체된 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누적된 불만이 폭발직전이기 때문이다.
23일 상계3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현장. 빌라 등 801채를 허물고 18만9,833㎡ 부지에 2021년까지 지하 3층ㆍ지상 28층 아파트 32동 2,855가구를 지을 예정이다. 뉴타운 광풍에 한 때는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꿈들이 넘쳐났지만 지금은 사업추진마저 불투명하다. 운영비를 아끼기 위해 연탄난로조차 떼지 않는 썰렁한 사무실에서 만난 최원환 상계3구역 추진위원장은 "답답하시죠"라는 질문에 "말도 못하죠"라는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든 고민을 대신했다.
상계3구역은 2008년 12월 50% 이상의 조합원 동의로 추진위가 구성됐다. 최 위원장은 "빌라나 단독주택을 소유한 주민들은 부자가 될 꿈에 부풀어 있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1억2,0000만원이던 49.5㎡ 빌라를 가진 주민이 재개발 후 동일 평형 아파트로 가게 될 경우 가치는 2억원이었다. 집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급등하던 시기라 최소 1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이 보장된 다고 철석같이 믿었다.
그런데 2009년부터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침체되고 집값이 하락하자 주민들이 의구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 나온 노원구청의 사업타당성 검토 결과가 결정적이었다. 용적률 214%로 재개발사업을 진행했을 때 주민 1인당 9,600만원∼2억3,000만원의 개별분담금이 나왔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그 달 말 예정된 조합설립 총회에서 사업추진 동의율 75%를 넘었지만 무산됐다. 한 조합원이 "추진위의 동의율 인정 여부를 두고 행정소송 중인데 조합 설립 총회를 여는 것은 안 된다"며 총회 중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법원이 수용했기 때문이다. 이후 49.5㎡ 빌라 시세는 1,000만원이상 추락했다. 특히 245가구가 사는 무허가촌은 1960년대 지어진 건물에 연탄 난방을 할 정도로 주거 여건이 열악하지만 그 이후 뉴타운 구역에 묶여 7년 가까이 방치되고 있다. 결국 올 9월 말 조합원 10% 이상이 동의해 서울시에 실태조사가 신청된 상태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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