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어제 밤 전격 대선후보를 사퇴했다.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며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야권 단일후보 지위를 넘겼지만 당초 약속했던 ‘아름다운 단일화’와는 거리가 있는 퇴장이다. 단일화 방식을 둘러싸고 깊어졌던 불협화음을 끝내 넘어서지 못한 채 사실상 일방적으로 후보사퇴를 선언했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것 같다. 팽팽한 긴장 속에 극적인 단일화 승부나 지난해 안 후보가 박원순씨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한 것과 같은 감동적인 결말로 단일화 효과의 극대화를 기대했던 지자자들에게는 매우 실망스러운 결말이 아닐 수 없다.
단일화 협상의 지난한 속성을 감안할 때 문ㆍ안 두 후보 측의 미숙함만을 탓하기 어렵다. 그러나 정권교체의 대의를 위해 양보할 수도 있다는 대범함을 보이지 못하고 내가 꼭 단일후보를 따내고야 말겠다는 집착이 이런 실망스러운 결말을 불렀다고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안 후보는 여론조사 등에 나타난 지지도가 좋았을 때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단일화 논의를 미루다가 정작 본격적인 단일화 협상에 들어서서 판세가 불리하게 돌아가자 협상 일시 중단 선언 등으로 자충수를 둬 형세를 더욱 불리하게 만든 결과를 초래했다.
민주통합당 측에도 책임이 없지 않다고 본다. 문 후보의 지지도 상승이 안철수 효과에 힘 입은 결과임을 과소평가하고 어떻게 해서든 안 후보로부터 야권 단일후보 지위만 얻어내면 대선에 승리한다는 자만감에 빠졌던 게 아닌가 싶다. 단일화 승부의 관건을 쥐고 있는 호남지역에서 당 조직을 동원해 안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 등을 마다하지 않았고 결국 이런 행태가 단일화 협상의 대전제인 신뢰를 훼손한 결과를 가져왔다.
안 후보의 전격 사퇴로 지난해 서울시장 보선 국면에서부터 기성 정치권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불신과 새 정치에 대한 갈망을 에너지원으로 삼아 거세게 불기 시작했던 ‘안철수 바람’ ‘안철수 현상’ 은 잦아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안철수 현상은 이미 기성정치 행태를 바꾸는 충격을 준 것도 사실이다. 정치쇄신과 혁신이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로 부상한 것이 이를 잘 뒷받침한다.
안 후보는 사퇴 회견에서 “새 정치의 꿈은 잠시 미루어지겠지만 저 안철수는 진심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를 갈망한다”고 말했다. 그 갈망을 조금이라고 실현시켜 가려면 남은 대선 국면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자신의 새 정치 꿈에 적극 지지를 보냈던 다수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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