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유로(1,400조원) 규모의 2014~2020년 예산 편성과 관련한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2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막했다. 그러나 27개 EU 회원국들의 견해가 달라 회의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회원국 정상들은 회의 시작부터 불협화음을 드러냈다.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곧바로 정상들과 함께 예산안 초안을 회람했지만 정상들이 이견을 보여 회의는 3시간 정도 늦게 개막했다. 정상들이 개막 이후에도 초안에 대한 입장을 마련하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회의는 바로 중단됐다.
회원국들은 이해 관계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영국을 비롯해 네덜란드, 스웨덴 등은 유럽 전역에서 긴축 예산을 편성해 집행하는 것에 맞춰 EU도 예산을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그리스, 스페인 등 재정위기를 겪고 있거나 동유럽 등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회원국들은 고용 확대와 경제 성장을 위해 예산을 감축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EU 예산은 회원국의 농림어업이나 저개발국을 지원하는데 우선적으로 사용된다.
반롬푀이 의장이 제시한 초안은 30억~240억유로의 예산을 감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 초안을 놓고도 “매우 잘못됐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나 예산안을 지지하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어떤 나라도 특권적 지위를 가질 수는 없다”고 맞섰다.
예산안 거부권을 회원국 모두가 갖고 있는데다 예산안 확정에 따로 시한이 없기 때문에 이번 회의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회원국들의 견해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정상회의를 다시 열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 분석가들은 이번에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 정상회의를 다시 열 수 있지만 2014년에 가까워질수록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전망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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