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미국인들은 스티븐 킹의 이 새 책 제목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대통령 케네디의 서거일이기 때문이다.
시간여행이라는 장치나 케네디 암살이라는 소재는 다소 진부하지만 소설은 흡입력이 있다. 역시 스티븐 킹이라는 말이 나온다.
피도 눈물도 없다는 이유로 알코올중독인 부인에게 이혼 당한 검정고시 준비반 교사 제이크 에핑은 자주 찾던 레스토랑 주인 엘에게 어느 날 시간여행 제의를 받는다. 자신은 병에 걸려 쇠약하니 대신 과거로 돌아가서 케네디를 되살려 역사를 바로 잡아달라는 것이다. 에핑은 역사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50년 전 가족을 살해하고만 한 학교 경비의 비참한 사연을 바꾸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시간여행을 떠난 에핑은 일단 경비의 가족사에 개입해 그의 비극을 막아 준다. 이번에 번역ㆍ출간된 1권은 여기까지다. 엘이 요청한 본격적인 케네디 구하기는 2권에서 펼쳐진다.
시간여행으로 케네디 암살 문제를 다루는 것은 적어도 미국의 SF작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법한 이야기다. 2권이 기다려지는 건 킹만큼 흥미롭게 이 주제를 요리할 수 있는 작가도 흔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다른 소설들처럼 이 작품도 영화 작업으로 이어졌다. 메가폰은 '양들의 침묵'의 감독 조너선 드미가 잡았다. 문학적 성취나 진지한 철학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SF소설의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게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이 책은 21세기 이후 출간된 그의 여러 책들 중 가장 오랫동안 베스트셀러를 유지한 작품이기도 하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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