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전선 이상없다'(EBS 밤 11시)는 전장의 참혹한 현실을 그린 작품이다. 1929년에 간행된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장편 소설이 원작이다. 1차대전이 일어나고 독일의 젊은이들은 조국을 수호한다는 명분과 전쟁이란 핏빛 낭만에 젖어 지옥 같은 전쟁터로 발걸음을 옮긴다. 영화는 절박한 드라마나 비극적인 감성을 배제하고 1차 대전에 참전한 독일의 청년들이 전선에서 겪는 참담한 현실을 그려내고 있다.
전쟁에 맞섰던 이들의 모험담을 다루려는 게 아니다. 전쟁에서 빠져 나오려 했으나 죽어간 이들의 이야기를 전하려는 것뿐이다. 1차 대전에서 애꿎은 3,20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는지, 왜 죽여야 하는지조차 제대로 모르고 목숨을 잃었다. 영화는 처참한 아비규환 같은 전쟁터의 상황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한 순간의 실수로 독가스에 목숨을 잃는 신병, 포탄의 궤적에 삶과 죽음이 결정되는 좁디 좁은 참호, 산산이 조각나는 몸뚱이 등이 눈을 어지럽힌다. 1979년작. 델버트 만 감독. 원제 '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 15세 이상.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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