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과 25일 18대 대통령 후보 등록이 끝나면 22일간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각 후보 진영은 사즉생(死即生)의 각오로 선거전에 임할 것이다. 특히 야권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험난한 단일화 과정이 득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할 수 없어 긴장감이 높을 것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어부지리를 안기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고개를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다고 박 후보가 안심할 상황도 아니다. 지지율이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박 후보는 3자 대결에서 늘 1위다. 하지만 지지율은, 조사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40~45%대에서 고정돼 있다. 이는 보수층 유권자들만 똘똘 뭉쳐 지지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대권 고지에 오를 수 없다. 무당파 중도층 유권자들의 지지를 모으지 못하면 필패다. 박 후보도 알 것이다. 그러니 박 후보가 겉은 웃고 있어도 속은 바짝바짝 타 들어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사실 박 후보는 중도층 유권자들을 의식한 행보를 계속해 왔다. 경제민주화, 교육, 복지 등 각 분야 공약을 보면 변화와 안정을 동시에 추구하는 중도층의 입맛에 맞추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공약만 놓고 보면 중도층의 호응과 호감을 살 만한 내용이 꽤 있다. 그럼에도 박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근본적으로는 박 후보의 인물과 자질에 관한 부정적 평가일 것이다. 그러나 박 후보와 관련 없는 부분에서 원인을 찾는다면 우선 무당파 중도층 유권자 상당수가 야권 후보 단일화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문제는 단일화 이후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야권 후보 지지 유권자 중 일부가 단일화 이후 박 후보 쪽으로 넘어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그 숫자가 박 후보 지지율을 단숨에 끌어올릴 만큼 의미 있는 수준이 될지는 미지수다. 결국 박 후보와 새누리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인적 구성과 주요 인사들의 최근 행태를 보면 기대난망이다.
무엇보다 박 후보 주변 정치인들은 쇄신, 개혁, 변화, 헌신, 청렴 같은 단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적어도 무당파 중도층에게는 그렇게 비친다. 그 인물이 그 인물이고, 도무지 언제적 정치인인지도 모를 인사들이 북적댄다. 부패, 탐욕, 구태, 철새 같은 부정적 단어가 연상되는 인사들도 꽤 있다. 그들이 재집권 시 새 시대에 걸맞은 변화와 쇄신의 의지로 국가 발전을 이끌만한 능력과 자질을 갖춘 인물들일까. 중도층 유권자들 중에는 그런 의문을 갖고 있는 이들이 상당수다. 그들의 자질과 능력과 인품을 평가하는 이는 많지 않다. 그러니 무당파 중도층의 마음이 박 후보에게로 움직일 리 없다.
박 후보 주변 정치인들의 구태는 넘어오려던 중도층마저 떠나 보낼 만큼 가관이다.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는커녕 온갖 추태와 막말, 독설을 쏟아내고 있다. 경남도지사 후보인 홍준표 전 대표는 경비원에게 험한 말을 퍼부었고, 김무성 총괄선거본부장과 이인제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의 부정부패 때문에 자살했다고 막말을 했다. 김 본부장은 "촛불시위를 공권력으로 확 제압했어야 했다"고도 했다. 그뿐인가. 총리 후보로 지명됐던 김태호 의원의 '홍어X' 발언, 기업 오너인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의 '영계'발언은 국민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김재원 의원은 기자들에게 "개XX 병신XX"라고 욕을 퍼부었다. 특권 의식과 구태 정치에 함몰된 이런 인사들이 재집권 했을 때 보여줄 장면을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이것이 중도층이 박 후보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다.
상대 진영과 후보에 대한 막말과 독설로 거두어 들일 수 있는 반사이익은 크지 않다. 오히려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정치라는 비난만 살 뿐이다. 박 후보 주변 인사들은 선거판을 오염시킬 막말과 독설을 삼가기 바란다. 그것이 답보 상태인 박 후보의 지지율을 조금이나마 끌어 올리는 길이다.
황상진 부국장 겸 디지털뉴스부장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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