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선 또는 후보 경선을 앞둔 여론조사는 대개 두 가지 질문 방식으로 이뤄진다. 첫 번째는 "오늘 선거가 실시된다면,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가"라고 유권자의 지지 의사(voter intentions)를 묻는 것이다. 두 번째는 "당신이 누구에게 투표할 지와 관계없이, 이번 선거에서 누가 승리할 것으로 생각하는가"라고 유권자의 예상 또는 기대(voter expectations)를 조사하는 방식이다.
■두 가지 여론조사 가운데 어느 게 더 정확할까. 언뜻 첫 번째 지지도 조 사가 실제 선거 결과와 가까울 것 같다. 그러나 1952년~2008년의 77차례 후보 경선 및 대선 여론조사와 선거 결과를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 그 반대다. 지지도 조사가 선거 결과와 일치한 경우는 17번에 그쳤다. 나머지 60번은 유권자들의 선거 예상이 더 정확했다. 특히 후보 지지도는 자주 바뀐 반면, 유권자들의 선거 결과 예상은 변화가 없었던 경우가 많았다.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가 야권 후보 단일화 방식을 다투는 것을 지켜보면서 한 가지 궁금증이 들었다. "단일 후보로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지지도 조사와 "누가 단일 후보로 적합한가"하는 적합도 조사의 차이가 뭔지 알 듯 모를 듯하다. 여기에 두 사람과 박근혜 후보의 1대 1 가상대결 조사 결과까지 놓고 보면 더욱 그렇다. 유권자들 스스로 서로 엇갈리는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가늠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친절한 설명이 아쉽다.
■그런대로 보면, 안철수가 조금 앞서는 가상대결 조사는 순수한 지지도 조사에 가깝다. 그 다음 문재인이 약간 앞서는 단일 후보 지지도는 유권자의 지지 의사에 선거 결과 예상이 일부 포함되지 않았나 싶다. 마지막으로 문재인이 많이 우세한 단일 후보 적합도 조사는 유권자들의 선거 예상 또는 기대가 가장 많이 반영됐다고 할 만하다. 미국의 경험에 비춰 볼 때, 두 후보가 어떻게 타협하든 간에 여론조사 설문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것이다.
강병태 논설고문 btk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