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미달이 돼서 불안하다. 자율형사립고를 없애겠다는 대선후보도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 지 갈피를 못잡겠다.”(자사고 학부모 윤모씨)
“공부 잘하는 애들만 모인데다 미달로 머릿수도 적어져 내신이 불리해질 수 밖에 없다. 전학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자사고 1학년 김모군)
3년째 자사고 미달사태를 빚은 교육과학기술부의 ‘밀어붙이기’가 일선 교육현장을 파행으로 몰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불안한 모습이 역력했다. 23일 등굣길에 만난 서울의 A 자사고 1학년 김모군은 “부모님은 학습분위기가 좋아 이 학교를 그대로 다니길 바라지만, 여기서는 실수 하나만 해도 내신 등급이 떨어진다”며 “미달로 학생 수가 적으면 더 불리해져 전학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경기 B 자사고 학부모이기도 한 최정희 청소년교육문화포럼 대표는 “아들을 자사고로 보낸 걸 크게 후회한다”면서도 “학원이나 입시전문가는 일반계고 내신 1등급을 받아봤자 좋은 대학가기가 어렵다고 해 전학결정도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일반고의 3배까지 교육비를 받으면서도 ‘특별할 것’이 없는 자사고의 학원식 입시교육에 대한 불만도 여전히 컸다. 서울의 C 자사고 교사는 “일반고와 교육과정이 거의 다를 게 없다고 보면 된다”고 실토했다. 최 대표는 “한 달에만 자체 교재 등 책값으로만 10만원 이상이 드는데 투자비용 대비 효과는 크지 않다”며 “교사가 당연히 가르쳐줘야 하는 것도 선행학습을 전제로, ‘이거 알지? 배웠지?’라고 넘어가는 게 태반”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학생이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하면 오히려 이상하게 쳐다보며 ‘이것도 모르느냐’고 핀잔을 주는 것이 일상”이라고 지적했다.
자사고들이 대입 실적을 올리기 위해 선행학습에만 열을 올리다 보니 오히려 사교육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A 자사고 2학년 김모군은 “특히 과학 과목 등은 수업 진도가 너무 빨라 혼자 공부하기가 어려워 학원을 다니고 있다”며 “자사고에서는 사교육 없이 학교수업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은 모두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김군과 같은 이유로 1학년 때 전학을 고려했다는 2학년 박모군은 “사교육을 안받아도 된다고 해서 왔는데 막상 오니까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며 “1학년 때 혼자 공부하다가 최근에 학원을 끊었다”고 말했다. 이 학교 2학년 강모군도 “학교에서는 자사고 1기인 저희 학년이 대학을 잘 가야 앞으로 미달사태가 없을 것”이라며 “학년을 뛰어넘을 만큼 진도가 빨라 시험 볼 때마다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서울의 D 자사고는 미달사태를 막기 위해 같은 재단의 E중학교에서 학생을 끌어왔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D고와 E중 관계자들은 “인근 중학교의 경우 D고에 지원하는 학생이 한 반에 많아야 3~4명인데 E중의 경우 한 반에 많게는 절반(15명)이 원서를 썼다”며 “강제는 아니었지만 3학년 부장 주도로 가급적이면 같은 재단 D고로 보내려고 노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09년 자사고로 지정된 D고는 지난해에도 420명을 뽑는데 198명(경쟁률 0.47대 1)만이 지원했고, 두 학급을 줄여 350명을 뽑는 올해에는 248명(경쟁률 0.71대 1)이 원서를 냈다. 이에 대해 D고 관계자는 “그 동안 지원이 저조했던 사회적배려대상자(70명 선발)에게 제공할 교육프로그램을 올해부터 홍보했고, 그 결과 E중에서 사배자 전형으로만 30여명이 지원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에는 E중 학생 30여명이 대부분 일반전형으로 D고에 지원했고, 올해는 2배가 넘는 70여명(일반전형 30여명 포함)이 원서를 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D고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우리 학교에 올 수 있는 내신 성적 상위 50%인 관내 중학교 남학생 수를 따져보면 절대로 정원을 다 채울 수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오히려 인근에 자사고 2곳을 추가로 지정했다”고 지적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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