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둑계가 지난 8월 한국, 중국, 일본, 대만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프로제도를 도입해 프로기사 2명을 선발한 것을 계기로 새로운 도약을 위해 힘차게 기지개를 켜고 있다.
앤드류 오쿤(50) 미국바둑협회(AGA) 회장이 미국에서 바둑보급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명완 9단과 함께 20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을 찾아 미국 바둑계 현황과 앞으로의 과제 등에 관해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오쿤 회장은 "미국 바둑은 올해 프로기사제도를 처음 도입해 힘찬 도약을 위한 1단계 준비를 마쳤다. 2단계는 프로기전을 만드는 것이고, 3단계는 세계대회에 출전할 만한 실력을 갖춘 강자를 육성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한국 바둑인들의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했다.
오쿤 회장은 이달 초 내한, 전남 강진서 열린 김인국수배 국제시니어바둑대회에 선수로 참가한 후 한국기원과 충암도장, 이세돌도장 등 유명 바둑도장을 방문해 프로기전 운영방식 및 바둑영재 교육시스템을 둘러보고 교류협력방안을 협의했다.
아이들에게 바둑을 가르치려고 바둑을 배우다가 바둑의 매력에 깊이 빠져들어 협회일까지 맡게 됐다는 오쿤 회장의 기력은 아마 1단 정도로 김인국수배 개인전에 출전해 2승3패라는 '훌륭한 성적'을 거뒀고 먼 곳에서 온 참가자에게 주는 '길동무상'까지 받았다며 싱글벙글했다.
미국바둑협회의 회원은 2,500여명, 등록된 바둑클럽이 100여개지만 협회와 관련 없이 바둑을 즐기는 애기가와 동호회를 합치면 이보다 훨씬 많다고 한다.
오쿤 회장은 "미국 바둑의 앞날이 매우 밝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바둑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 잠재 자원이 풍부한데다 동양적인 신비감을 풍기는 바둑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 2008년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보급 활동을 하고 있는 김명완 9단도 "미국에 프로기사제도가 생긴 후부터 확실히 변화된 모습이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일례로 바둑을 배우겠다는 문의 메일이 크게 늘어났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바둑을 배우면 대학에 진학할 때 상당히 도움이 된다는 점도 청소년 바둑 보급에 유리한 변수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8월 입단한 프로기사도 두 명 모두 대학생이다. 김명완 9단은 내년에 한국의 바둑도장 시스템을 본 딴 바둑교육센터를 개설할 계획이다.
한편 올해 입단한 미국 프로기사 간셩쓰(18)가 내년 초 한국으로 유학을 와 도장에서 공부하면서 공식 기전에도 출전하게 된다. 한국기원과 미국바둑협회가 지난해 체결한 업무지원협약에 따르면 미국 프로기사가 한국에서 연수를 희망할 경우 한국기원이 체재비 일부를 지원하며 명인전, 올레배, 비씨카드배, LG배, 삼성화재배 등 5개 오픈기전에 출전을 허용키로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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