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쎈돌'과 '돌주먹', 국내 최고의 싸움꾼 이세돌과 백홍석이 드디어 명인전 결승 무대서 만났다.
20일과 21일 열린 제40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본선토너먼트 준결승전에서 백홍석과 이세돌이 각각 이지현과 박영훈을 물리치고 나란히 결승에 진출했다. 35, 36기 명인전 우승자 이세돌은 세 번째 우승 도전이고, 지난해 처음 결승에 올랐지만 아쉽게 준우승에 그친 백홍석은 1년 만의 재도전이다.
백홍석은 20일 열린 이지현과의 준결승전에서 초반부터 치열한 난타전 끝에 형세가 약간 유리해지자 공수의 완급을 조절해가며 침착하게 마무리, 무난히 승리를 굳혔다. 이지현은 8강전에서 유력한 우승 후보 박정환을 물리치고 4강에 올랐지만 너무 강공 일변도로 나가다 백홍석의 노련한 반면 운영에 말려 고배를 마셨다.
이세돌은 21일 38, 39기 우승자 박영훈과의 준결승전에서 종반 무렵까지 상당히 불리한 형세였으나 막판에 상대의 실수를 틈타 대마를 잡고 행운의 역전승을 거뒀다. 박영훈은 '끝내기 달인'답지 않게 마무리 단계에서 시간에 쫓겨 두 집 손해를 본 다음 갑자기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허망하게 무너졌다.
이세돌과 백홍석이 국내 기전에서 타이틀매치를 벌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두 선수는 국내 바둑계에서 소문난 싸움꾼들이어서 올해 명인전 결승 5번기는 매 판마다 박진감 넘치는 명승부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거둔 실적이나 대외적인 명성에서는 이세돌이 단연 앞서지만 올해만 놓고 보면 오히려 백홍석이 더 낫다. 백홍석이 비씨카드배와 TV바둑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잇달아 우승, 입단 이후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는데 반해 이세돌은 지난 5월 GS칼텍스배서 우승한 게 올해 챙긴 유일한 타이들이다.
올해 공식 기전 성적도 이세돌이 48승1무21패(승률 69%)로 다승 9위, 승률 14위인데 반해 백홍석은 61승24패(승률 72%) 다승 2위, 승률 8위로 훨씬 좋다. 더욱이 두 선수의 상대 전적을 보면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뜻밖에 백홍석이 이세돌에 6승3패로 크게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07년10월 이후 5년 동안 5연승을 거두고 있어 이 정도면 가히 천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게다가 백홍석은 최근 10경기에서 전승을 기록하며 최고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어 과연 이번 명인전 결승 5번기의 최종 승자가 누가 될 지는 전혀 오리무중이다.
백홍석은 "2년 연속 명인전 결승에 올라 기쁘다. 작년에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고, 특히 이번 결승전이 군대 가기 전에 치르는 마지막 큰 시합이어서 반드시 우승하고 싶다."며 필승을 다짐했다. 백홍석은 내년 1월 동료기사 허영호, 윤준상, 강창배와 함께 해군에 입대할 예정이다.
한편 이세돌은 "최근에 백홍석에게 이긴 기억이 거의 없다. 하지만 대부분 속기바둑이었는데 반해 명인전은 2시간짜리 바둑이라 좀 다를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결승 1국은 다음달 17일에 열린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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