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를 이끌어내 위상을 높인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휴전 발표 하루 만에 내부 단속에 나섰다. 대통령에게 사법체계를 넘어서는 막강 권력을 부여한 무르시 측은 혁명 완수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나친 권력 집중이 '새 파라오'의 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야세르 알리 대통령 대변인이 22일 발표한 포고령에 따르면 대통령은 혁명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대통령의 결정이나 규칙은 법원을 포함한 어떤 권력기관도 폐지할 수 없다. 의회를 해산할 수 있는 법원의 권한도 박탈됐다. AP통신은 행정부와 입법부를 장악한 무르시가 사법부를 무력화했다고 평가했다. '아랍의 봄' 시위로 물러난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시절 임명된 인사들이 장악한 이집트 헌법재판소는 6월 대통령 선거 직전 무슬림형제단이 장악한 의회를 해산한 바 있다. 무슬림형제단 출신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무르시는 이후 의회 재소집을 명령하는 등 사법부와 갈등을 빚어왔다.
무르시는 압델 마지드 마흐무드 검찰총장도 전격 해임했다. 10월 검찰총장 교체를 시도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실패했던 무르시는 이번에 검찰총장 임기를 4년으로 정하고 이를 2006년 임명된 마흐무드에게 즉시 적용했다. 아울러 무바라크를 포함해 시위대 과잉 진압에 책임이 있는 고위 인사들을 다시 수사하고 법정에 세우기로 결정했다. 이는 무바라크에게 25년형을 선고한 것이 지나치게 관대한 판결이라는 민심을 반영한 것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포고령이 나오자 독재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온건개혁파를 대표하는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무르시가 권력을 독점하고 스스로를 새 파라오로 임명했다"며 "혁명이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온라인에서 시위를 주도한 와일 고님은 "혁명이 온화한 독재자를 만들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며 "대통령은 권력의 집중 없이도 혁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부 반대세력은 무르시의 조치를 쿠데타로 규정하고 항의시위를 촉구했다.
무르시 측은 "구체제를 청산하고 혁명 후 악순환을 빨리 끝내기 위한 일시적 조치"라며 "권력집중은 새 헌법이 국민투표에서 승인을 받을 때까지만 적용된다"고 밝혔다. 또 무슬림형제단이 다수를 차지한 제헌의회가 일방적으로 헌법 제정을 추진한다는 비판을 수용해 헌법 초안 마련 시한을 올해 말에서 내년 2월로 연장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혁명 후 등장한 지도자가 막대한 권력을 쉽게 내놓은 적은 역사상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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