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검 고위검사가 수사ㆍ내사 대상자들을 포함, 온 사방에서 닥치는 대로 돈을 받아 챙겨 구속된 게 겨우 사흘 전이다. 이번엔 검찰에 갓 입문한 초보검사가 여성 피의자와 성관계를 맞은 사건이 터졌다. 비리에 위 아래가 따로 없다. 검찰 본연의 임무인 인권보호와 범죄척결은커녕, 검사들이 권한과 위세를 십분 악용해 제 사욕을 채우고 피의자 인권을 유린하는 중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수사에서 정치편향과 무능으로 질타를 받아온 검찰이 이제는 구성원들의 자질 자체를 의심받고 조롱 받는 상황에까지 몰려있다.
불과 며칠 전 "참담한 심정"으로 "감찰 시스템을 점검해 전면적이고 강력한 감찰체제를 구축하겠다"던 한상대 검찰총장의 말도 무색하고 민망하게 돼버렸다. 사실 잦은 성추문, 성접대 사건들, 이른바 '스폰서검사' '그랜저검사' 등 온갖 비리 때마다 거듭했던 사과와 거듭남의 다짐을 보아왔던 터라 저번 한 총장의 사과에서도 진정성을 읽는 국민은 애당초 거의 없었다. 오랫동안 누적돼온 독점적 검찰권력의 구조적 문제임에도 매번 감찰 강화 따위나 해법이라고 내놓은 것은 여전히 문제를 바로 보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었다.
고위검사 수뢰사건 때까지만 해도 어떻게든 기득권에 매달렸던 검찰이 이번 사건에 이르러서는 비로소 더 이상 버틸 명분이 없음을 깨달은 모양이다. 처음으로 검찰 내부에서 "정치권이 요구하는 개혁안을 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는 게 그 징표다. 실제로 검찰은 서둘러 내달 중 자체 개혁안을 내놓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사태파악'은 한참 늦었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다 내려놓는다는 절박한 각오로 개혁안을 내놓기 바란다. 핵심은 검찰 권한의 분산 축소 및 국민감시와 견제다. 사안의 심각성으로 보아 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 전원사퇴가 마땅하나, 당장 대선과 정권교체가 임박한 시점에선 더 큰 혼란이나 초래할 쇼 이상의 의미는 없다. 마지막으로 수치를 씻고 물러나겠다는 자세로 국민이 납득할만한 획기적 개혁안을 만드는 게 책임을 제대로 지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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