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왕의 유령을 만난 햄릿이 호레이시오에게 말했듯 천지간에는 우리의 철학으로 꿈도 못 꿀 일이 수두룩하다. 생명의 세계 또한 인간의 이해를 뛰어넘는다. 세계적인 진화생물학자 안드레아스 바그너는 생명의 수수께끼를 풀 열쇠로 패러독스(역설)를 제시한다. 침입자가 나타나면 집을 지키려고 제 몸을 폭파시키는 아교수류탄 개미, 동료 세포의 명령에 따라 자살하는 자살세포 등 눈에 보이는 또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사건들을 통해 생명의 본질이 곧 패러독스임을 설파한다. 자아와 타자, 부분과 전체, 삶과 죽음, 물질과 정신, 우연과 필연이 동전의 양면처럼 완벽하게 맞물려 역설적 긴장으로 가득찬 매혹적인 세계를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김상우 옮김. 와이즈북ㆍ408쪽ㆍ1만9,000원.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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