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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 납치극, 알고 보니 도박사이트 이권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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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 납치극, 알고 보니 도박사이트 이권 다툼

입력
2012.11.2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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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2일 오후 6시 20분쯤 경기 양주시 광사동 모 아파트 지하주차장. 검정색 등산복과 모자, 마스크로 복장을 통일한 괴한 4명이 전자충격기로 집에 들어가던 황모(44)씨를 납치했다. 이들이 황씨를 차에 태워 달아나는 장면을 목격한 주한미군 장교 두 명은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납치차량은 훔친 번호판을 달고 있었다.

수갑에 채워져 불암산 근처 식당으로 끌려간 황씨는 폭행을 당하고 약 5시간 만에 서울 노원구 한 대학교 앞에서 풀려났다. 집으로 돌아온 황씨는 대기 중인 경찰에게 "전혀 모르는 이들"이라고 말했다. 납치된 이유에 대해서도 "모르겠다"고 잡아뗐다. 그런 그가 돌연 이틀 뒤 자신의 아파트를 전세로 돌리고, 가족과 함께 중국으로 떠났다.

황씨의 행적을 수상쩍게 여겨 통화내역과 금융계좌를 들여다 본 경찰은 경악했다. 계좌에 들락날락한 돈이 무려 100억원을 넘었다. 통화내역 조회를 통해 황씨의 처남 함모(42)씨 등을 조사한 결과 황씨가 공범 17명과 함께 중국과 필리핀에 서버를 두고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운영해 지난해 말부터 올 8월까지 무려 160억원을 벌어들인 사실을 확인했다. 황씨가 도망치듯이 중국으로 떠난 데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황씨를 납치한 범인들은 한모(35)씨 등 폭력조직원들로 드러났다. 이들은 신원을 숨기기 위해 애썼지만 차량 번호판을 훔치는 모습이 서울 모 아파트 주차장의 CCTV화면에 찍혀 경찰에 꼬리를 잡혔다. 경찰은 지난 4일 서울 청량리 인근에 은신해 있던 한씨를 검거했다. 하지만 납치 공범 최모(30)씨는 베트남으로 도주했고, 나머지 2명은 국내에서 자취를 감췄다. 한씨는 경찰 조사에서 납치 이유나 납치를 사주한 인물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최씨가 다른 불법 도박사이트 관련자들과 함께 베트남에 간 것으로 미뤄 황씨 납치가 도박사이트 간 이권다툼 과정에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한씨와 함씨를 구속하고, 해외로 달아난 황씨와 최씨에 대해서는 인터폴에 의뢰해 수배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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