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 8년째인 베트남인 주부가 가정 불화로 2명의 자녀와 동반 투신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3일 오전11시13분쯤 부산 북구의 한 아파트 18층 베란다에서 베트남 이주 여성 A(27)씨가 딸(7), 아들(3)을 안고 1층 화단으로 뛰어내렸다. 당시 이웃 주민이 '쿵' 하는 소리를 듣고 이들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세 모자는 모두 숨진 상태였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별거 중이던 남편 B(47)씨가 이날 오전 자택으로 돌아오자 A씨는 딸과 아들을 데리고 작은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고, 남편이 뒤늦게 문을 열었지만 이미 세 모자는 투신한 뒤였다.
경찰 조사결과 2004년 국제 결혼으로 한국에 온 A씨는 B씨와 1남 1녀를 뒀지만, 가정불화로 지난 1월부터 이혼 소송 중이었다. 투신 현장에는 A씨가 베트남어로 A4 용지 2장에 걸쳐 쓴 '세 모자의 마지막 편지'라는 제목의 유서가 발견됐다. A씨는"남편이 바람을 피웠다고 평소 의심하고 심하게 때리는 등 견디기 어려운 나날이었다"며 "시집 식구들이 아이들을 못 보게 하는데 애들이 없으면 살 의미가 없다. 우리를 관 하나에 눕혀서 베트남 땅에 묻어 달라"고 적혀 있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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