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측과 안철수 무소속 후보 측은 22일 단일 후보 결정을 위한 여론조사 문구를 놓고 온종일 첨예하게 맞섰다. 두 후보가 직접 만난 자리에서조차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오히려 양측 모두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경쟁적으로 벼랑 끝 전술을 폈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배석자 없이 단독회동을 가졌지만 시각 차이만 확인한 채 결론을 내지 못했다.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된 회동 직후 양측 대변인이 “한걸음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말했을 정도이다. 문 후보는 “시간이 없고 답답한 상황이지만 남은 시간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견을 보인 대목은 역시 여론조사 문항이었다. 문 후보는 적합도를 주장하다가 지지도 조사도 가능하다는 수정안을 냈고, 경우에 따라선 2002년 노무현ㆍ정몽준 단일화 당시와 마찬가지로 지지도와 경쟁력을 배합하는 방안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당초엔 적합도를, 다음엔 지지도를, 그리고 이번엔 경쟁력도 포함할 수 있다는 선까지 물러선 것”이라며 협상 과정에서 일정한 양보를 해왔음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의 본선 경쟁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방안으로 가상 양자 대결을 거듭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정권교체를 통한 정치쇄신이 후보 단일화의 목표 아니냐”면서 “당연히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는 기준 자체는 흔들릴 수 없는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문 후보 측은 야권 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와 가상 양자 대결 지지율 비교를 조합하는 방안도 제시했으나 안 후보 측이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두 후보 간 회동에선 전날 TV토론에서 안 후보 측 협상팀의 원안 고수로 협상이 진전되지 못했다는 문 후보의 발언을 두고 신경전이 펼쳐진 것으로 전해졌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두 후보가 사실과 다른 얘기에 대한 오해를 푸는 것에서 시작했을 것”이라며 안 후보가 문 후보의 발언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음을 시사했다.
양측 모두 공식적으로는 ‘결렬’이 아닌 ‘정회’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후보 간 재회동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협상 타결을 낙관하는 목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다. 대신 비판 여론을 의식해 공개적인 비난은 자제하면서도 상대방의 책임론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문 후보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안 후보도 협상팀과 마찬가지로 가상 양자 대결 방식만을 계속 주장했다”면서 “처음엔 여론조사 시기를 늦추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는데 그도 아닌 것 같고 정말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답답해 했다. 일각에선 “후보 등록일까지 버티면서 문 후보의 양보를 강요하려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는 얘기도 나왔다.
반면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알파’와 관련해 공론조사만이 아니라 여론조사 후 담판 등 여러 의견을 물었는데 문 후보 측이 이를 모두 거부한 것”이라며 “후보 등록일을 넘기면 누가 단일 후보가 돼도 필패일 텐데 문 후보 측 협상팀 의원들이 자기 정치에만 주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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