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고교 다양화 정책의 핵심으로 전국에 50개가 들어서 있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가 3년 연속 대규모 미달사태를 맞았다. 지난해 미달사태로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놓은 개선책조차 효과가 없었다. 자율 교육이 사실상 입시위주 교육으로 변질됐는데도 등록금은 일반고의 3배에 이르러 외면당한 결과다. '고교 다양화'라는 명목도 실상은 가정 소득에 따른 고교서열화 강화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22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지역 자사고 24개교의 원서접수 마감 결과, 8개 학교에서 미달사태가 벌어졌다. 지난해에는 26개교 중 11곳이 미달이었다. 미림여고는 겨우 0.39대 1에 불과했고, 경문고와 대광고가 각각 0.52대 1, 숭문고 0.63대 1, 우신고 0.71대 1, 선덕고와 장훈고 0.86대 1, 동성고 0.89대 1 등이다. 이날 교과부는 한때 서울시교육청에 미달학교 공개를 미루도록 지시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평균 경쟁률은 1.35대 1로, 지난해(1.3대 1ㆍ지정 취소된 동양고 포함하면 1.26대 1)와 비슷한 수준이다. 2010년학년도에 2.41 대 1을 기록한 후 곤두박질쳤다.
대구 역시 4개교 중 3곳, 앞서 원서가 마감된 대전지역은 3개 자사고 중 2곳, 전북도 2개교 중 1곳이 미달이었다. 지원자가 2년 연속 모집정원의 60%에 미달하는 학교는 일반고로 전환을 신청할 수 있다. 지난해 미달된 서울 동양고와 용문고가 일반고로 전환했다.
입시업체인 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올해부터 자사고에 우수학생 선발권이 부여됐는데도 대전, 경기지역 등은 경쟁률이 떨어졌다"며 "추세로 봤을 때 자사고의 방향성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장은숙 회장은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사고는 등록금이 한 해 약 400만원에 이른다. 정부지원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정규학교 공교육비의 가계부담률(민간부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로 가정의 교육비 부담이 큰 데도, 현 정부는 자사고 확대 정책으로 가계부담을 늘렸다. 이로인해 고교입시를 앞둔 중학생들 사이에서 소득계층간 위화감까지 조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지만 교과부는 자사고 살리기에 매달리고 있다. 자사고는 원래 지원자 중 추첨을 통해 선발하게 돼 있었지만, 교과부는 올해 서류, 면접 등을 활용해서 자기주도학습전형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교육청이 지침을 거부한 서울, 광주, 전북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자사고는 우수학생을 선점할 수 있게 됐다. 또 교과부는 최근 자사고 명예퇴직 교사에게 세금으로 수당을 지원키로 해 반발을 불렀다. 자율권을 주고 대신 정부 지원을 금지한다는 원칙을 내던진 것이다. 현재 대선후보 중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단계적 일반고 전환 및 우선선발권(전기고 전형) 폐지 등을 공약으로 내건 상태여서, 자사고 존폐 논란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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