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남양주시민 A씨는 지난 8월 초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화도읍 구암리 북한강변 경춘선 폐철도부지 약 1,500㎡를 임대했다. 무공해채소를 재배하기 위해 배추씨 등을 심었지만 9월말 난데없이 굴착기가 나타나 땅을 파헤쳤다. A씨가 항의하자 공사업체 측은 "자전거도로 노선이 이쪽으로 바뀌었다. 공사를 방해하면 공무집행방해"라고 경고했다. A씨는 "계약을 맺고 빌린 땅을 하루아침에 빼앗겨 억울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남양주시에서 강원 춘천시로 연결되는 북한강 자전거도로 구간 약 600m가 갑자기 변경됐다. 준공을 3개월 앞두고 노선이 바뀌자 애초부터 면밀한 검토 없이 졸속으로 자전거도로를 추진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2일 행정안전부와 남양주시 등에 따르면 남양주 구간 약 600m가 기존 강변 노선에서 폐철도부지로 변경된 것은 행안부의 현장점검이 이뤄진 직후인 올 9월 말이다.
행안부 예산을 받아 사업을 대행 중인 남양주도시공사는 경춘선 마석역~샛터삼거리~구운천 간 자전거도로 6.9㎞를 2010년 7월부터 내달 중순 준공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샛터삼거리를 지난 지점에서 강변으로 꺾어 대성2지구 관리용 도로와 연결한 뒤 구운천을 건너 가평군 청평면 대성리 유원지쪽으로 잇는 것이 원래 노선이다.
하지만 최근 도시공사는 부랴부랴 폐철도부지를 다지고 펜스 등 시설물을 설치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이 구간에는 폐철도와 강변을 따라 자전거도로가 나란히 두 개가 놓이고, 이미 만든 강변 쪽 도로는 연결되지 않은 채 뚝 떨어져 버린다. 공사 관계자는 "기존 노선에 민원이 생겨 공사가 12일 간 중단돼 행안부 현장점검 뒤에 민원이 없고 공기도 맞출 수 있는 폐철도부지를 이용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적법하게 폐철도부지를 임대해 쓰던 주민 중 대부분은 철도시설공단에 포기각서를 쓰고 자전거도로에 땅을 내줬지만 일부는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지난 8월 임대계약을 맺은 B씨는 "단 한 가구가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아는데 국가사업이 이렇게 순식간에 바뀐 게 황당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행안부 고위 관계자는 "폐철도부지는 이미 검토했던 노선 중 하나로, 강변으로 내려가는 것보다 직선으로 가는 게 효율적이라 바꾼 것일 뿐 민원 때문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남양주=글·사진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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