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회가 오로지 표심(票心)만 의식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론이 거세다. 각종 입법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 확산이나 국민적 편의 여부를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득표에 도움이 되는 법률안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아무리 국정운영과 직결된 중요한 사안이라도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거나 득표와 별반 관련이 없는 법안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있다.
여야는 버스업계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택시법)을 일사천리로 처리해 본회의로 넘겼다. 여론 형성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택시업계의 표심을 의식해 뚜렷한 대안 마련 없이 법안 처리를 밀어붙인 것이다. 버스업계가 총파업 '배수진'까지 쳤지만 여야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버스업계가 22일 오전 운행 중단을 해제하면서 최악의 교통 대란을 피하게 됐지만 이 과정에서도 국회의 역할은 '전무'했다. "국회가 표밭 다지기에만 몰두해 사회적 갈등과 국민 불편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이날 강창희 국회의장의 제동으로 택시법의 본회의 처리는 일단 보류됐지만 국회는 대책 마련에 대한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단은 이날 협의를 마친 뒤 "버스업계와 택시업계의 종사자 및 이해관계자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하도록 정부 측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뭔가 대안을 내놓겠다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반면 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세제개편안에는 줄줄이 제동이 걸리는 상황이다. 국회 기획재정위 조세소위는 최근 파생상품에 거래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증권거래법 개정안' 처리를 내년으로 미뤘다. 이 법안은 여야 모두 4ㆍ11 총선 공약으로 제시한 것인데도 이번 국회 처리가 보류됐다.
복지 재원 확보를 위해 각종 비과세ㆍ감면 혜택을 줄이겠다는 유력 후보들의 선언과 달리 세제 혜택 방안의 현실화는 뒤로 미뤄질 조짐이다. 정부는 농협과 수협, 신협 등의 조합 출자금ㆍ예탁금 비과세 조치를 내년부터 폐지하고 낮은 세율(5% 분리과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조세소위는 현행 혜택을 3년간 연장키로 의견을 모았다.
또 야당이 '부자감세'라고 비판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 '회원제골프장 개별소비세 감면' 등도 정부안대로 국회를 통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기재위 관계자는 "여야가 대선을 감안해 세수를 늘리는 세제개편안의 처리를 꺼리는 게 사실"이라며 "이에 따라 정부의 새해 예산안도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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