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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 잊지말란 듯... 피폭지점마다 깃발 펄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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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 잊지말란 듯... 피폭지점마다 깃발 펄럭

입력
2012.11.2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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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해 인천 연평도 곳곳에는 선혈처럼 선명한 붉은 깃발이 꽂혀 있었다. 2010년 11월 23일 북한군의 포격 도발 때 포탄이 떨어진 지점을 해병대 연평부대가 표시해둔 것이다. 당시 화재로 나무들이 다 타고 드러난 야산의 황토에 깃발들이 점점이 박혀있다. 연평도의 길고 평평한 땅은 수시로 흔들린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반복되는 사격 훈련 때문이다. 해병은 2년 전 피격의 기억을 숫돌 삼아 적개심을 날카롭게 벼리고 있다.

연평도는 여전히 팽팽한 긴장감에 싸여있다. 연평부대 관측소(OP)에 올라가 보니 북한군 4군단 예하 33사단 병력과 해안포가 집중 배치된 황해도 주변 섬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불과 7㎞ 떨어진 장재도에서는 8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방문한 뒤 진지 보강 공사로 추정되는 발파 작업이 쉬지 않고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2년 전 포격 이후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 공중 도발과 포격, 기습 강점 시도, 해상 침투 등 도발 유형별로 대응 훈련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포격 당시 K-9 자주포로 응사한 포7중대 입구에는 '잊지 말자 연평 포격전, 응징하자 적 도발'이라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모든 부대 건물에는 적의 기습 포격 시 안전하게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하는 방호벽이 설치됐고, 포 진지로 이어지는 교통호 양 옆으로는 흙이 채워진 드럼통 4,000개와 모래 주머니 30만개가 쌓였다. K-9 진지도 한층 보강됐다. 이날 K-9 전투배치 훈련에 참가한 함포 조종수 김보람(20) 상병은 "적이 다시 한 번 도발한다면 모조리 가루로 만들어 버리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오후 6시40분쯤에는 야간 해상 사격 훈련이 시작됐다. "셋, 둘, 하나, 사격!" 화기중대가 박격포로 칠흑 같은 하늘에 쏘아 올린 조명탄 4발을 신호로 명령이 떨어지자 M-48 전차와 해안포, K-3, K-4, K-6 등 기관총들이 굉음을 내며 불을 뿜었다. 해상 사격 훈련에 이어 북한이 보이는 야산에서 벌컨포 2대가 동원된 대공 사격 훈련도 이뤄졌다. 연평부대원들은 2인 1조로 2시간씩 고정 초소 근무와 순찰 근무를 병행, 빈틈 없이 해안 경계작전을 수행한다. 레이더와 열상감지장비(TOD) 감시도 하지만 지형 특성상 발생하는 음영 지역은 근무자들이 야간투시경을 착용하고 직접 확인해야 한다. 김영호(20) 이병은 "연평도 포격전 2주기가 다가오는 만큼 더 철저한 경계로 대한민국의 관문인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섬 자체가 거대한 군 전초기지인 연평도에서 해병대에 대한 주민들의 지지는 전폭적이다. 김태진(46) 연평면장은 "주민들이 해병대와 '한 덩어리'라고 생각할 정도"라고 했다. 100억원이 투입된 대피소 7곳이 신축됐고 임시 대피소들도 마련됐다. 마을 어귀 연평종합운동장 옹벽에는 막 피어 오르는 싹을 두 손으로 떠받치는 형상의 벽화가 그려졌다. 그러나 달라져가는 섬 풍경 속에서 상흔은 되레 도드라진다. 피폭된 연평면사무소 인근 가정집들은 그대로 보존돼 안보 현장 교육에 활용되고 있다. 김 면장은 "대형 장비가 동원되는 대규모 군 훈련이 있는 날에는 북한이 자극을 받아 다시 도발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과 걱정에 인천으로 나가버리는 주민들도 꽤 있다"고 전했다.

연평도=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국방부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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