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적으로 어울릴지는 아직 몰라요. 하지만 충분한 교감의 연주회가 되리라는 건 확실하죠."(임동혁)
"늘 만들고 싶었던 무대예요. 우리는 서로의 연주를 잘 이해하니까요."(리처드 용재 오닐)
클래식 스타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34)과 피아니스트 임동혁(28)씨가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듀오 리사이틀을 연다. 두 사람은 2009년 뉴욕 링컨센터에서 짧은 곡을 함께 연주한 적이 있지만 정식 듀오 리사이틀은 처음이다.
20일 만난 두 사람은 "특별한 의미가 있던 올 한 해를 즐겁게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오닐은 지난 여름 지휘자로 데뷔했고 임씨는 올해로 국내 데뷔 10주년이다. 특히 2007년부터 자신이 속한 앙상블 '디토'를 중심으로 매년 젊은 클래식 축제 '디토 페스티벌'을 열어 온 오닐은 임씨가 처음 함께한 2008년 페스티벌을 잊을 수 없다. "가장 좋은 성과를 거둔 해였어요. 그의 연주를 존경해요."
독주자로 주로 활동해 온 임씨에게는 실내악에 좀 더 가까워지는 기회이기도 하다. "피아니스트 이전에 음악가이기 때문에 실내악을 통해 균형 잡힌 음악을 알아가는 게 좋다"고 했다.
두 사람은 클래식 음악가로는 드물게 큰 대중적 인기를 누려 음악적인 면 이외에도 화제를 모았다. 전쟁고아로 미국에 입양된 한국인 어머니와 아일랜드계 미국인 조부모 밑에서 성장한 오닐은 개인사를 다룬 여러 편의 다큐멘터리에 출연했다. 요즘은 '안녕?! 오케스트라'라는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지도 과정을 그린다. 일주일 일정으로 일시 귀국한 것도 촬영 때문이다. "이 아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류의 보편적 이야기라고 생각해 출연했어요. 사회가 발전해도 타인을 쉽게 판단하고 상처 주는 인간의 본성은 늘 제자리죠. 제가 이것을 바꿀 수는 없어도 변화에 도움이 되는 노력은 할 수 있겠죠."
자기 표현이 분명한 임동혁은 대중의 음악 외적인 관심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자신감 있는 태도 때문에 건방지다는 오해를 받는데 편견이 귀를 가리지 않을까 걱정스러워요."
이번 공연 레퍼토리는 "관객에게 서서히 스며들 수 있는 음악"(임동혁)으로 골랐다. 슈베르트의 '악흥의 순간' 작품94 중 2, 3번과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와 '첼로 소나타'를 연주한다. 지난해 엘리엇 카터의 현악 3중주 뉴욕 초연에 참여할 만큼 현대음악에 대한 관심도 큰 오닐은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려면 연주자인 우리의 신뢰를 두텁게 쌓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오닐은 최근 다큐멘터리 촬영을 통해 음악의 힘을 절감하고 있다. "음악 덕분에 아이들이 밝아졌고 저도 함께 성장하고 있어요." 2005년 국제 쇼팽 콩쿠르 3위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의 임씨도 "콩쿠르 입상이나 관객의 환호가 아닌 연주를 마치고 느끼는 행복감이야말로 음악가로서 나를 지탱하게 하는 힘이라고 믿는다"고 말을 보탰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전수현 인턴기자 (이화여대 정치외교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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