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 2세나 1.5세 청소년의 한국어 억양은 마치 'baby accent'를 연상케 한다. 내용 전달도 잘 안될뿐더러 문맥과 문장 흐름을 소리로 담아내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GOOD morning'처럼 첫 부분에 강세를 줄 때와 'Good MORning'처럼 두 번째 단어의 첫 음절에 강세를 줄 때는 어감과 내용이 달라진다. 이러한 이치를 한국어에서는 똑같이 구현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영어 학습자가 영어를 할 때 'baby English'의 한계가 드러난다. 'The party was canceled'의 발성에서 'CANceled'처럼 첫 음절만 강하게 발성하고 문장 끝을 내리면 그 당시 자신의 생각을 강조한 것이 된다. 반면 'CAN-CELed'처럼 두 음절을 모두 강조하면 지금도 그렇게 생각 중이라는 뜻을 내포하게 된다. 이렇게 영어에서는 문맥과 감성에 따라 억양과 강세를 달리한다(Halliday and Greaves, 2008). 특히 미국 영어에서는 네 단계의 강약 리듬을 충분히 살려줘야 한다.
'다음절 어휘(polysyllabic words)'는 단어 속에서도 음의 높낮이가 다르다. 그래서 'emergency'에서도 첫 소리 'e-'소리는 거의 나지 않고 '-mer-'부분이 강한 'stress'를 받게 된다. 앞 음절과 뒤 음절은 생략되거나 약화된 발음처럼 소리 난다. 그래서 아이들의 귀에는 '이머전씨'라는 한국식 발음보다 원음인 '(이)머전씨'로 들린다. 이 원리에 따르면 'difficult'에서도 '디'음만 크고 분명하게 소리 낸다면 두 번째 음절이 '피'냐 '퍼'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음절 단어에서도 마치 여러 단어로 구성된 문장처럼 이를 아우르는 리듬이 있다.
소리의 크기, 말의 속도, 흐름 등이 'rhythm'을 형성하는데 이미 소개했던 대로 영어는 'stress-timing'이라는 '강세 중심' 리듬을 탄다. '음절 중심(syllable-timed rhythm)'인 우리말이 각 음절마다 비슷한 강세를 갖는 반면 영어는 강세를 받는 stress에 따라 크고 길며 강하게 소리 내는 부분이 있다. 그렇지 않은 부분은 약하고 빠르게, 축약해 발음한다. 그래서 영어의 리듬은 사람의 타고난 성격에 비유된다. 반면 억양(intonation)은 그 사람의 태도에 비유된다. 리듬은 영어의 성품이고 억양은 때와 경우에 따라 달리 조정하는 태도인 셈이다. 특히 음절 구분을 통한 강세 연습은 억양의 기초이자 중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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