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납품 농민ㆍ임대상인 잇따라 시위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주변과 서울역 광장에선 두 소상공인 그룹의 집회가 열렸다.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및 의무휴업일 규제를 강화하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의 국회처리와 관련, 하나는 법안처리를 반대하는 집회였고 하나는 촉구하는 집회였다. 유통법 처리를 둘러싼 갈등은 대형마트와 소상공인의 ‘대-소 대립’을 넘어 이젠 소상공인끼리도 상반된 목소리를 내는 ‘소-소 대립’으로 까지 번지고 있다.
일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유통법 개정안 상정을 보류했다. 이에 따라 올 정기국회에서 유통법 통과는 힘들게 됐고 자연스럽게 내년 차기 정부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소관 상임위(지식경제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이 법사위에서 막힌 건 이례적인 일. 대형마트측과 지식경제부는 물론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농어민과 중소기업, 임대상인들의 시위가 계속되는 등 ‘역풍’이 커지자 여당 법사위원들이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국회 지식경제위의 유통법 개정안 이후 현재 갈등은 이중삼중으로 증폭되고 있는 상황. 특히 최근엔 중소상인들조차 양쪽으로 갈라서는 혼란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 민주당사 앞에서 개정안통과를 반대하는 시위를 열었던 ‘대형마트 농어민ㆍ중소기업ㆍ임대상인 생존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4시에도 서울역 광장에서 3,000여명이 모여 유통법 항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주로 대형마트에 납품하거나 입점해있는 사람들인데,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강화로 쉬는 날이 많아지고 문을 여는 시간도 짧아지게 되자 그만큼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중소상인살리기 전국네트워크 소속 중소상인 단체 및 참여연대 경제민주화 국민본부 등 시민단체는 같은 날 오전 9시 국회 정론관, 오후 1시 30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대형마트로 인해 상권을 잃게 된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을 대표하는 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유통법은 같은 영세상인들조차 한쪽이 이익을 보면 한쪽이 피해를 보는 ‘제로섬’게임이 되어 버렸다”고 말했다.
지식경제부와 유통업계에선 정치권이 혼선을 부추겼다고 보고 있다. 어렵게 정부-대형유통업체-중소상공인 3자가 유통산업발전협의회를 만들어 어렵게 상생협력방안(월 2회 휴무 + 신규출점중단)을 도출했는데, 정치권이 훨씬 더 강력한 유통법안(월 3회 휴무+ 개점시간 4시간 단축)을 통과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3자 합의자체가 무력화됐기 때문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국회의 개정안은 정부와 업계의 상생 노력을 중단시켰을 뿐 아니라, 밤 늦게 쇼핑하는 소비자들의 불편까지 야기하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3자 협의회 가동도 힘들어 보인다. 신근식 전국상인연합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전통시장 상인들이 연합회 집행부가 국회의 개정안 통과를 막기 위해 정부와 유통업계가 급조한 협의회에 이용당했다며 분개하고 있다”며 “다시 참여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대형마트 규제를 둘러싼 논란도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됐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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