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도의 긴장감에서 벗어나서인지 한층 여유로워 보였다. 하지만 본인은 20년 만에 찾아온 여유가 아직까지 적응이 안 된다고 한다.
10년간 한국 남자탁구를 이끌었던 유승민(30ㆍ삼성생명)은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독일 분데스리가로 진출했다. 옥센하우젠에서 1년 임대로 뛰게 된 그는 2012 하나은행 MBC 탁구최강전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20일 안양호계체육관에서 만난 그는 마침 삼성생명이 탁구최강전 단체전 2연패를 달성했기 때문에 한층 더 편안해 보였다. 유승민은 "이번이 마지막 해외 진출이라고 생각한다. 올림픽 끝나고 넓은 무대에서 활약하고 싶었는데 마침 기회가 왔다"며 "10년 전부터 저를 영입하고 싶다고 한 팀인데 이번에 연결이 됐다"고 흐뭇해했다.
옥센하우젠은 시골이다. 인구가 8,000명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시스템이 잘 갖춰진 유럽인 만큼 탁구 열기는 어느 곳 못지 않다고 한다. 그는 "관중석이 1,000석 규모인데 절반 이상은 꼭 찬다. 티모 볼 팀과 경기할 때면 만석이 된다"고 말했다. 옥센하우젠은 '외인구단'이다. 독일 선수는 없고 용병들로만 구성됐다. 유승민은 "독일어를 구사해야 했으면 불편했을 텐데 다행히 영어로 얘기할 수 있어 그럭저럭 편하게 지내고 있다"고 활짝 웃었다.
유승민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을 땄을 때처럼 후배들에게 앞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는 "한국 선수를 영입했더니 좋아졌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한국 탁구의 이미지가 높아져 후배들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유승민은 현재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분데스리가 전체 승률 4위를 기록 중이다. 그는 25일 독일로 출국해 리그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옥센하우젠은 한국에 있을 때보다 훈련 시간이 짧아서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졌다. 유승민은 "20년 동안 긴장의 연속에서 살다 보니 오전에 쉬라고 하면 마음이 불편하다. 습관이라는 게 무서운 것 같다. 그래도 막상 경기에 들어가면 긴장하기는 이전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선배로서 젊은 유망주들이 빨리 성장하길 간절히 원하고 있다. "실업 초년생 때 저와 김택수 유남규 감독님의 차이가 딱 지금 저와 김민석, 서현덕과의 터울이다. 한국 탁구가 성적을 냈을 때 다 20대 초반에 금메달이라는 성과를 냈던 걸 고려하면 세대교체의 주역들이 올라오는 속도가 조금 늦다." 유승민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은 후배들이 뛰어야 한다. 실점을 너무 쉽게 내주는 경향이 있고 기복도 심하다. 냉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한 경기 한 경기의 승부근성과 집념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며 "차세대 주자들이 기술적으로는 전혀 뒤처지지 않는 건 희망적이다. 타이틀을 하나 가져와야 성장할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선 독해져야 한다. 그래야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승민은 22일 열린 탁구최강전 개인전 16강전에서 소속팀 후배 서현덕에게 1-4로 패했다.
안양=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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