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열었다는 한국에서 면세점 운영 문제 등을 놓고 한국관광공사가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관광공사(사장 이참)는 22일 "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인천지검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이참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채욱 사장이 지난달 국회 국토해양위 국정감사에서 '관광공사 면세점이 지난 5년 동안 51억원의 적자를 내 세금을 축냈으며, 공항공사가 임대료를 1,140억원 할인해줬기 때문에 공항공사도 1,140억원 손해를 봤다'고 사실과 다른 발언을 했다"며 "수 차례 공문을 통해 사과를 요구했지만 답이 없어 법적 책임을 묻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관광공사의 인천공항 면세점은 2007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5년간 365억원의 흑자를 냈고, 2008년부터 올해 말까지도 수십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중"이며, 공항공사가 1,140억원의 손해를 봤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면세점의 공공성을 인정한 총리실의 조정으로 수의계약한 것으로 이를 손실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라고 주장했다.
공항공사 측은 이에 대해 "관광공사가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2008년 3월부터 횟수로 5년간 적자가 51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라며 "손해분 1,140억원은 정부 요구에 따라 관광공사와 값싼 임대료 수의계약을 맺지 않고 입찰을 붙였다면 벌어들일 수 있는 금액을 계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최근 관광공사 임용혁 상임감사가 '삼성 출신 이채욱 사장이 대기업을 봐주기 위해 국민 세금을 축냈다'고 한 발언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법률자문을 받았지만, 공기업끼리 싸우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어 재발 방지를 약속받는 경고 조치만 했다"며 "공기업이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드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으니 관광공사도 같은 입장을 견지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양측의 갈등은 내년 2월말 계약이 끝나는 인천공항 내 면세점 재계약을 둘러싼 힘겨루기 성격이 짙다. 국내 공항 면세점은 1962년 이후 관광공사가 독점 운영해오다 인천공항 개항을 즈음해 대부분 민영화됐으나, 인천공항 내 관광공사 면세점은 국산 중소기업 제품 판매 등을 명분으로 존속됐다. 공항공사는 올해 안에 인천공항 내 관광공사 면세점 민영화 입찰 공고를 강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공사 사장은 전날 인천공항에서 열린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돌파 기념식'에서 만났지만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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