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예술 작품의 중요한 소재가 되어왔다. 시인들에게도 꽃은 빼놓을 수 없는 관찰과 묘사의 대상이다. 시인들은 꽃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해서 특별한 정서를 표현하곤 한다. 꽃 중에서도 시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꽃은 과연 무엇일까.
서양의 시인들은 장미와 백합을 즐겨 노래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시인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꽃은 동백꽃이 아닐까 한다. 미당에서부터, 문인수, 송찬호, 정끝별, 박진성 등 수많은 시인이 동백을 노래했다. 대부분의 꽃들이 눈 속에 숨어 봄을 준비하고 있는 겨울에 기적처럼 꽃망울을 터뜨리는 꽃이 바로 동백이다. 상록활엽교목에 속하는 동백나무는 한국, 중국, 일본이 원산이다.
동백꽃은 한겨울에 핀다는 것 외에도 두 가지 특이한 성질이 있다. 첫째는 온대지방에서는 보기 드문 조매화의 하나라는 것. 조매화는 말 그대로 새가 수분을 매개하는 꽃을 말한다. 동백꽃은 벌이나 나비가 활동하지 않는 겨울에 새의 도움으로 수분을 하는데, 바로 이 새가 동박새이다. 동박새는 겨울에는 동백나무의 꿀을 먹고 열매를 맺으면 열매를 먹는다.
동백나무의 두 번째 특성은 꽃이 지는 모습에 있다. 모르는 사람은 뭔가 잘못되어 떨어진 것으로 착각할 만큼 가장 아름답게 만개한 상태에서 마치 목이 부러지듯 툭 하고 송이째 떨어진다. 아마도 많은 시인들은 이 동백꽃이 지는 모습에서 생의 숙명적인 허무 같은 어떤 강렬한 이미지를 발견했으리라.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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