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검 부장검사급 김광준(51) 검사의 금품수수 사건에 이어, 22일 서울동부지검에 파견 근무중인 A(30) 검사가 여성 피의자와 검사실에서 부적절한 성관계를 가진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검찰이 사면초가의 위기에 처했다. 검찰은 위기 타개를 위해 대검 중수부 폐지까지 포함한 전면적인 검찰개혁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검찰개혁에 대해) 우리도 필요성을 알고 있다. 공약이 나와 있으니까 어떤 것을 취하고 어떤 것을 반대할지 하나하나 짚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검 중수부 폐지와 상설특검제 도입,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현재까지 나와있는 모든 안을 백지 상태에서 처음부터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총장의 이날 발언은 중수부 폐지를 포함한 검찰개혁안에 관한 최초의 언급으로, 검찰이 중수부 폐지 절대 불가라던 기존 입장에서 상당부분 물러선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그동안 중수부 폐지와 상설특검제 도입 등 외부에서 나온 개혁 방안에 대해 "검찰 조직을 무력화시키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최근 내곡동 사건 수사 등에서 '권력 눈치보기' 비판이 일고, 김광준 검사 사건으로 내부 비리까지 불거지자 검사장급 이상 간부 등 검찰 수뇌부는 내부 익명게시판 등을 통해 수렴된 의견을 토대로 이 같은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장은 이날 저녁에는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에서 공석인 광주고검장을 제외한 서울고검 등 4개 고검장과 서울중앙지검장, 법무연수원장 등 고위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안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 15일 서울고검 산하 일선 지검장들과 회의를 가진 데 이어 두 번째 수뇌부 회의로, 한 총장은 다음주 한 번 더 일선 지검장들과 만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 한 총장을 포함한 검찰 고위간부들은 특히 중수부 폐지와 관련해 찬반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중수부가 가지는 검찰 내 상징성, 중수부가 폐지될 경우 고위공직자 비리 등 부패 수사를 검찰이 사실상 할 수 없다는 것이 반대 측의 주장이었던 반면, 중수부를 폐지하는 대신 중앙지검 내에 특별수사본부를 신설하는 등 조직 개편을 통해 기존의 특수수사를 계속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에 대해서는 참석자들 모두 반대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장은 "각자의 생각이 다 달라 중수부 폐지나 상설특검제 등 방안을 두고 모두 의견이 갈렸다"며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방편으로 검사와 수사관이 한자리에 모여 하루 종일 토론하고 설문조사 등을 통해 개혁안을 마련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개혁안에는 김광준 검사 사건관 관련해 검찰의 감찰시스템 개편에 대한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보이며, 김 검사 기소 시점인 12월 7일쯤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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