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이들에 웃음 선물한 15년 행복합니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이들에 웃음 선물한 15년 행복합니다"

입력
2012.11.22 12:44
0 0

"한 두 시간만 수술대에 서면 한 아이의 남은 인생에 꽃이 핍니다. 이거 계속 안 할 수 있겠어요?"

16년 전부터 동료 의사들과 함께 베트남과 라오스에서 선천성 안면기형 어린이들에게 무료 성형수술을 해주고 있는 박명철(59) 아주대 의대 교수가 정부가 주관하는 올해의 해외봉사상 국무총리상 수상자로 22일 결정됐다.

박 교수는 이날 축하 인사를 건넨 기자에게 "혼자 한 것도 아니고, 뜻 맞는 의사들끼리 즐겁고 좋아서 하는 건데 여기다 상을 준다니 참 쑥스럽다"고 했다.

1997년부터 박 교수와 함께 고경석 서울아산병원 교수, 김용배 순천향대 교수, 김우경 고려대 구로병원장, 홍성표 비오성형외과 원장 등 성형외과 전문의들과 마취과, 소아과 전문의 10여명이 웃음을 되찾아 준 어린이들은 줄잡아 1,000여명. 대부분이 흔히 언청이로 불리는 구순열ㆍ구개열 환자다. "다른 선천성 기형에 비해 수술로 비교적 단기간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어요. 그런데 베트남과 라오스 지역에는 의료 혜택을 누리지 못한 아이들의 여전히 많습니다. 이름이 아예 '언청이'인 경우도 적지 않지요."

정부가 상까지 줄 정도의 이 봉사단체는 15년 전 작은 스터디그룹이 출발점이었다. 박 교수는 성형외과 전문의 동료 4명과 매달 모여 학계 동향을 탐색하고 토론하다가 의료 봉사를 해보자는데 의기투합했다. 97년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는 사자성어에 착안해 '인지클럽'을 꾸렸다. 의사가 아니더라도 보통 사람이면 다 갖게 되는 마음과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자는 취지로 만든 봉사단체였다. 같은 해 결성된 국제의료구호 비정부기구(NG0) 글로벌케어와 손 잡고 베트남 비아뚝 병원에서 95명의 선천성 안면 기형아를 처음 시술했다.

박 교수는 "매년 3월 각자 휴가를 내 1주일씩 베트남 오지에서 수술하고 있다"며 "의약분업 사태가 있었던 2000년을 제외하곤 15년간 단 한번도 거른 적이 없다"고 했다.

비용은 첫해 글로벌케어에서 1,000만원을 지원받은 것 외에는 매년 1인당 400만~500만원씩 회원들의 사비를 털어 충당하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2003년부터는 라오스에서도 수술 봉사에 나섰고, 2004년부터는 베트남, 라오스 지역의 의료진을 국내로 초청해 한국의 전문적인 의료기술을 전수하는 사업도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 40여명의 현지 의료진들이 선진 의술을 익히고 돌아갔다.

"왕복 항공료, 숙식비, 용돈 등으로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국내서 알게 모르게 도와주시는 분들 덕분에 현지 수술 봉사도 우리가 가고, 불러다가 연수도 시키고 있어요."

수술 받은 아이와 엄마의 얼굴에서 더 큰 즐거움을 얻고 있다는 그에게 욕심이 생겼다. "상금을 얼마나 주실지 모르겠는데, 기왕 받기로 한 거 많이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더 많은 어린이들이 웃을 수 있도록요."

정민승기자 ms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