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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 소니·파나소닉 신용등급 ‘정크’로 강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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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 소니·파나소닉 신용등급 ‘정크’로 강등

입력
2012.11.22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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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전자산업을 양분했던 일본 소니와 파나소닉의 신용등급이 ‘쓰레기 채권(정크본드)’수준으로까지 곤두박질쳤다. 일본 산업계는 깊은 충격에 빠졌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의 하나인 피치는 22일 일본 소니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3단계 낮춰 BB-로 강등시켰다.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낮춰, 앞으로 더 떨어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피치는 소니가 ▦TV 등 주요 제품에서 기술적 우위를 상실한데다 ▦선진국의 경제여건와 엔화 가치 상승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고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업체들과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점을 부정적 평가 이유로 꼽았다. 피치는 “앞으로도 영업실적 회복은 느리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치는 소니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파나소닉의 신용등급도 BBB-에서 BB로 두 단계 내리면서, 신용등급 전망 역시 ‘부정적’으로 발표했다. TV와 디스플레이 패널 등 핵심 사업에서 경쟁력이 약화되고 영업 활동을 통한 현금 창출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신용 추락의 원인이다. 피치는 파나소닉의 재무구조 또한 단기 혹은 중기에 개선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냈다.

앞서 피치는 지난 2일 소니 파나소닉과 더불어 일본 3대 전자업체 중 하나인 샤프의 신용등급도 BBB-에서 B-로 무려 여섯 계단을 떨어뜨렸다.

피치의 신용등급은 BBB-까지 투자적격등급으로 분류되며, 그 이하인 BB+부터는 투자부적격등급, 이른바 ‘정크본드’로 분류된다. 일본의 3대 전자업체가 모조리 쓰레기 채권으로 분류된 셈이다. 삼성전자는 피치에서 A+ 등급을 받고 있다.

소니와 파나소닉의 몰락은 이미 예견됐던 상황. 세계 TV 시장에서 20년간 1위였던 소니는 독자기술의 고가 브라운관 TV에만 주력하다 2006년 디지털 평판TV를 앞세운 삼성전자에 1위 자리를 내줬다. 파나소닉은 시장에선 LCD가 주된 화면으로 부상하는데도 PDP만 고집했고 2009년 세계 최대 PDP공장까지 세우다가 결국 화를 자초했다는 평가다. 파나소닉의 PDP 공장은 완공과 거의 동시에 가동 중단에 들어가야 했다.

이처럼 시장흐름에 뒤쳐지다 보니 소니는 7분기 연속적자에 올해는 CEO까지 교체하게 됐고 파나소닉은 올해 무려 7,650억엔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샤프도 올해 4,500억엔의 적자가 예상돼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지경에 몰렸다. 소니 주가는 지난 15일 32년만에 최저가를 기록했고, 지난 한 해동안 3만6,000여명을 감원한 파나소닉은 내년 3월까지 최고 1만명을 추가 감원해야 할 처지다.

일본 언론은 “일본 전자업계가 한국 및 대만업체와 경쟁에서 큰 손실을 입은데다 엔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가격 경쟁력까지 악화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실적 악화가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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