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원대 축재설로 구설수에 오른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전국시대 굴원(屈原)의 시 '이소(離騷ㆍ근심을 만났다는 뜻)'를 인용해 결백을 주장했다.
원 총리는 20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3' 정상회의를 마친 뒤 태국을 방문, 화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소에 나오는 '내 마음엔 부끄러움이 없다, 아홉 번 죽어도 후회하지 않는다'(亦余心之所善兮, 雖九死其猶未悔)는 구절을 읊었다고 중국시보(中國時報)가 22일 전했다. 그는 '청렴결백함에 복종하고 정직을 위해 죽는 것을 옛 성인들은 중시했다(伏淸白以死直兮, 固前聖之所厚)'는 구절도 인용했다.
이 시는 초나라 왕을 섬기며 개혁을 추진하던 굴원이 간신의 참소로 추방된 뒤 오랜 세월 지방을 떠돌다 강에 투신하기까지의 삶과 우국지정을 노래한 장편 서사시다. 원 총리가 '이소'를 인용한 것은 자신과 관련한 추문이 개혁 반대 세력의 모함이자 공작일 뿐이며 자신은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내년 3월 총리직을 내놓는 원 총리는 이날 "은퇴 뒤 사람들이 나를 잊길 바라지만 나는 결코 조국과 인민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개혁만이 국가를 발전시킬 수 있으며 개방만이 국가를 부강하게 만들 수 있다"며 경제 개혁과 대외 개방의 소신을 재차 역설했다. 원 총리는 구체적 목표로 민주 법치제도 건설, 사회 공평 정의 실현, 지역ㆍ계층 간의 빈부격차 해소, 부패 척결 등을 제시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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