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 담판이 진전 없이 또 하루를 넘겼다. 두 후보는 22일 밤 TV토론에서 합의한 대로 어제 오전에 직접 만나 비공개 담판을 벌였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양측 관계자들은 "한 걸음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후보등록 시한까지는 사흘밖에 남지 않았다. 후보 단일화를 기다려왔던 국민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달한 느낌이다. 협상 지연과 중단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하며 대립하는 행태로 일관하니 가까스로 단일화가 이뤄진들 무슨 효과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공론조사 등 여론조사를 보완할 방안들이 사실상 물 건너 가버린 지금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때와 같은 여론조사만으로 단일화를 결정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문제는 설문 방식이다. 문 후보 측은'후보 지지도'를 묻는 방식을, 안 후보 측은 '가상양자 대결' 방식을 선호한다고 한다. 피차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만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양자 가상대결에서 강세를 보여온 안 후보 측은 이 방식에 대한 집착이 매우 강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 방식은 열성 지지자들의 역선택을 조장한다는 결정적 문제를 안고 있다. 문 후보로 단일화되기를 바라는 응답자는 문재인-박근혜 대결서는 문재인을 선택하겠지만 안철수-박근혜 대결서는 박근혜를 선택하기 십상이다. 안 후보 단일후보를 원하는 응답자 역시 마찬가지 경향을 보일 것이다. 결국 본심을 숨기고 거짓 역선택을 하는 지지자가 많은 후보가 유리하게 되는데 이런 식의 여론조사는 정의에 반한다.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하지만 이번 야권 후보단일화의 본질은 박근혜 후보에 보다 승산이 높은 쪽으로 힘을 모으자는 것이다. 따라서 적합도나 지지도보다는 경쟁력 판별이 우선이다. 하지만 가상대결 조사는 앞서 언급한 문제점이 있는 만큼 경쟁력을 효과적으로 판별하는 다른 방식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 어느 한 쪽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방식으로는 열세인 쪽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없음은 자명하다. 문, 안 두 후보 측은 이런 평범한 사리에 근거해 결단을 내려 국민 인내심을 시험하는 게임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