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가 최근 한 건설업체와 소송에서 패소가 예상되자 보상액을 줄이기 위해 공시지가를 낮추는 ‘꼼수’를 부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건설업체는 공시지가가 대폭 낮아지면서 수백억원의 손실을 입게 됐다.
21일 용인시 등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2월 15일 A건설업체 등이 시를 상대로 제기한 ‘기반시설부담금부과처분 취소’ 항소심에서 A업체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용인시가 일방적으로 성복지구 기반시설분담계획을 고시한 후 기반시설 설치 부담을 업체들에게 강요했다”며 기반시설부담금 부과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용인시는 대법원에서 원심과 같이 확정판결이 날 경우 A업체가 부당하게 매입한 기반시설을 배상 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용인시는 항소심 패소 직후 인 지난해 5월 공시지가를 결정하면서 A업체가 부당하게 매입한 기반시설의 공시지가를 2010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대폭 낮췄다. 업체 측의 이의신청도 명확한 설명 없이 기각했다.
2010년 기준으로 A업체의 기반시설 부지 공시지가는 255억원 정도이지만 공시지가 하향 조정으로 2011년과 올해 공시지가는 151억여 원으로 크게 떨어졌다. 용인 성복지구 인근 부지가 800만~1,000만원에 거래되는 것을 감안했을 때 A업체는 대략 400억원의 손실을 입게 됐다.
A업체는 용인시가 ‘기반시설부담금 부과처분’ 소송에서 패소가 예상되자 수백억원의 보상액을 줄이기 위해 공시지가를 낮추는 ‘꼼수’를 부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용인시는 “해당 업체의 토지가 도시계획시설에 편입돼 전ㆍ답이 도로로 지목이 변경되면서 공시지가가 조정된 것”이라며 “업체의 주장처럼 시에서 소송과 관련해 보상금을 낮추기 위해 임의로 조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토해양부가 일선 자치단체에 전달한 ‘2011년 개별공시지가 조사 산정 지침’에 따르면 도시계획시설에 편입된 전ㆍ답을 도로와 공원 등 기반시설로 지목 변경해 공시지가를 책정하는 시점은 ‘공사 착공일’로 규정하고 있다. 또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은 대규모 개발사업의 경우 ‘블록 지번 지정’ 후 신규 지목에 맞게 공시지가를 책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럴 경우 용인시는 성복지구 도로 공사가 착공한 2005년이나 새로운 지번이 지정된 2003년에 이미 공시지가를 조정했어야 했다.
A업체 관계자는 “지방세 수입 등을 고려해서 공시지가를 그대로 유지하다가 소송 패소가 예상되자 보상액을 줄이기 위해 뒤늦게 공시지가를 낮췄다”며 “용인시가 공시지가 조정을 미리 했더라면 일부 업체의 경우 기반시설 매입비용이 훨씬 적게 들어 손실이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A업체는 용인시를 상대로 개별공시지가 결정 취소 소송을 내 현재 수원지방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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