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대선을 앞두고 충청권과 전북 등 지역 표심을 겨냥한 특혜성 법안을 쏟아내며 '제로섬 게임'을 벌이고 있다. 한정된 재원을 특정 지역에 투입하려다 보니 재정 악화를 우려한 다른 지역들이 격하게 반발하는 등 정치권이 되레 지역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에서는 역대 대선의 균형추 역할을 해온 충청권 표심을 겨냥해 세종시의 재정 특례를 강화하는 내용의 '세종시 설치법 개정안'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법안은 '2012년부터 세종시에 보통교부세 총액의 1.5%를 교부하고 2030년까지 총액의 3%로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지역이 선거구인 이해찬 전 민주통합당 대표가 발의한 이 법안엔 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과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 등 155명이 서명했다.
물론 보통교부세는 중앙정부가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부족분을 보전해주는 재원이라 법적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보통교부세(올해 총액 29조1,884억원)가 세종시에 과도하게 집중될 경우 그만큼 타 지역이 재정적 피해를 보게 된다는 점에 있다. 행안위 검토보고서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 법이 시행될 경우 세종시의 교부액은 올해 1,069억원(0.37%)에서 4,378억원(1.5%)로 3,309억원이 증가한다. 반면 경북과 전남은 시ㆍ군을 포함해 각각 566억원, 495억원 손해를 본다.
이에 대해 각계 논란이 일자 행안위는 21일 전체회의에서 이 법안을 상정하지 않았다. 비충청권 출신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 법안은 쟁점이 28개나 담겨있는 제정법 수준인데도 정부와 조율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행안위가 이날 통과시킨 '통합청주시 지원특례법'도 형평성 논란을 빚고 있다. 이 법은 '국가의 청주시에 대한 시청사 건립 비용 지원'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시청사 건립 소요 비용은 약 600억원으로 기획재정부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북 지역에 해당하는 새만금특별청 설치, 특별회계 설치, 도로ㆍ부대시설 설치 비용의 예산 내 우선적 지원 등을 포함하고 있는 '새만금특별법'도 이날 법제사법위를 통과했다. 지난 5일 여야 의원 172명이 발의한 지 16일 만에 해당 상임위인 국토해양위와 법사위를 속전속결로 통과한 것이다.
국토위 검토보고서는 "정부 기구 신설 필요성이 있는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고 특별회계가 남발될 경우 사실상 예산 규모의 팽창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바 있으나 대선을 의식한 여야 의원들이 일사천리로 통과시킨 것이다.
한편 정부는 새만금 일대 50.2㎢ (개발면적의 18%)에 2016년부터 2040년까지 1조1,511억원을 투입해 생태습지ㆍ야생동물 서식지 등 생태환경용지를 조성하기로 확정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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